[KAL機 참사]결혼식 앞둔 참변…양가 영혼결혼 합의

  • 입력 1997년 8월 12일 20시 38분


결혼식을 몇달 앞두고 친구들과 함께 괌에 피서를 떠났다가 불의의 추락사고로 세상을 떠난 黃勝玄(황승현·27) 金南京(김남경·23·여)씨가 영혼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승현씨 아버지 黃泰俊(황태준·51·경기 이천시)씨와 남경씨 아버지 金世起(김세기·57·경기 성남시)씨는 12일 괌 퍼시픽스타호텔 분향소에서 만나 49재가 끝난 뒤 절에서 자식들의 영혼결혼식을 올려 주기로 했다. 두 아버지는 『불쌍한 아이들이 이승에 남기고 갈지 모를 한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기 위해 못다한 사랑을 이어주기로 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승현씨와 남경씨가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겨울. 이천시에서 보험회사 대리점을 경영하던 승현씨는 남경씨 언니(27)가 운영하던 근처 레스토랑에 식사하러 들르면서 카운터에서 언니일을 도와주던 남경씨를 눈여겨 보게 됐다. 승현씨는 이후 적극적인 구애작전을 펼친 끝에 남경씨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고 남경씨도 듬직하고 남자다운 승현씨가 마음에 들어 둘은 양가부모에게 인사드리고 올 가을 결혼을 약속했다. 남경씨는 3개월전부터 승현씨가 하는 일을 도와주겠다며 보험대리점에서 일을 배우고 있어 승현씨 집에서는 『복덩이가 들어오게 됐다』며 좋아했다. 괌행 비행기를 타기 전날 예비 며느리 남경씨는 승현씨 어머니 元容子(원용자·49)씨의 생일상을 준비, 원씨를 감격시키기도 했다. 두 아버지는 『하늘나라에서라도 둘이 행복하게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며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괌〓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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