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현장 공개와 시신 수습문제 등을 놓고 동 서양의 문화 차이로 한때 갈등을 보였던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와 유족 양측이 시간이 지나면서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당초 미국측은 생존자 구조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사고원인 조사라는 입장을 견지해 시신수습문제는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다. 미국은 희생자의 시신수습을 시급하게 바라는 한국측 유족의 입장을 결코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이때문에 미국은 사고원인 조사를 위한 현장보존을 위해 한때 시신수습을 중단한 채 유족들의 현장 접근을 막았고 이에 대해 유족들이 미국측에 거칠게 항의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시신 확인작업에서도 시신의 사진을 공개하는 것이 가장 빨리 희생자 신원을 확인하는 방법이라는 유족측의 주장에 대해 미국측은 『시신 사진 공개는 중대한 인격침해』라며 『절대 안된다』고 맞섰다.
그러나 이같은 갈등은 매일 분향소에서 열리는 유가족 설명회를 통해 양측이 서로의 문화 차이를 점차 이해하기 시작함으로써 뒤엉켰던 실타래를 풀어가는 모습이다.
미국측은 당초 방침에서 후퇴해 유족들의 현장 접근을 허용하는 한편 사고현장을 방문한 유족들을 위해 현장의 흙을 나눠주기도 했다.
미국측은 유족들의 희망대로 일부 시신의 사진도 공개했으며 11일에는 유족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유족들이 추천한 탤런트 정동남씨 등 한국인 2명이 사고현장에서 미군과 함께 구조작업을 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와 함께 NTSB의 첫 설명회 때 속시원한 답변을 얻지 못해 NTSB에 강한 불신감을 나타냈던 유족들도 설명회가 매일 계속되면서 「알맹이 있는 조사결과」가 가감없이 발표되자 NTSB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유족들은 NTSB의 설명회가 끝나면 박수도 보내고 있다.
현지 교민들은 아직도 문화 차이로 많은 문제가 남아 있지만 양측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기 시작함에 따라 사태수습이 점점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괌〓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