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새벽 괌에서 발생한 대한항공기 추락사고는 미국 영토에서 국내항공기가 추락한 사고로는 처음.
국내항공사 사고이고 사망승객들의 대부분이 한국인이지만 속지주의가 적용되는 항공사고의 국제관례에 따라 사고수습과정은 미국측이 주도하면서 문화차이에 따른 갖가지 갈등과 오해가 적잖게 나타났다.
널리 알려진대로 미국측은 사고 첫날에만 적극적인 현장구조 작업을 벌인뒤 이틀째부터는 「구조」보다는 「사고원인조사」에 더 역점을 두고 있다. 현장에 달려가 혹시라도 살아남아 있을지 모를 생존자의 구조작업에 합류하고 유품의 한조각이라도 찾아내기를 간절히 바라는 유족들의 바람은 괌에서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되고 있다.
괌에 도착한 유족들이 가장 납득하지 못하는 「미국적 사고방식」은 미군측이 발굴 시신들을 8일까지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
7일자로 괌주둔 미군으로부터 사고수습의 지휘권을 넘겨받은 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측은 『시체가 워낙 손상이 심해 아직 신원을 확인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허락할 수 없다』며 『유족들에게 정확한 시신을 전달하기 위해 계속 노력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유족들은 이에 대해 『가족들이 직접 시체를 보면 신체의 특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신원확인작업을 빨리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부와 대한항공측에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유족들은 특히 『한국은 사고원인조사보다 시신확인이 우선인데 미국측이 유족들의 이같은 정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 자신들의 입장만 고집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NTSB는 이에 대해 『시체확인작업은 유족들이 하는 것이 아니고 검시관이 하는 일』이라며 『서두르다가 혼란이 생길 경우 시신확인작업만 늦춰질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고수습과정에서 사고의 당사자인 대한항공이 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사실상 「국외자」로 남아있는 부분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
한국적인 사고방식으로 보면 사고당사자가 결자해지(結者解之)차원에서 사고수습에 적극 개입하고 사고상황을 유족들에게 설명해야 하는데도 현지 대한항공 대책본부는 NTSB의 보조역할에 그치고 있어 유족들이 답답해하고 있다.
대한항공관계자는 『미국영토에서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미국측이 전적으로 사고수습을 주도하고 있어 사고발생 직후 현지에 급파됐던 대한항공 사고조사반이 현지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어 7일 국내로 돌아갔다』면서 『사고조사에 대해서는 사실상 알고 있는 정보가 하나도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사고의 당사자인 이상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사고수습에 적극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 NTSB측이 가지는 기본 사고방식』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유족들을 상대로 심리상담 등 필요한 도움을 주면서도 사고수습이나 원인조사 등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냉정하게 거부하는 점도 유족들을 실망시키는 점중의 하나다. 유족들의 현장접근도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 유족들은 자비로 헬기를 빌려 현장을 둘러보기까지 했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