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그레이스백화점 여자화장실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종류의 「비밀카메라」가 다른 유명백화점과 대기업사무실 호텔 유흥업소 등에도 광범위하게 설치돼 있다고 설치업자들이 14일 본보 취재진에 증언했다.
청계천상가 등지의 서울시내 CCTV 전문 설치업자들은 본보 취재진에 『2,3년전부터 서울 강남의 일부 유흥업소가 여자화장실에 비밀카메라를 설치한 것이 소문나면서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는 곳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설치업자들은 백화점뿐만 아니라 최근 일부 대기업이 회사기밀 보호와 사원들의 근무태도 감시를 위해 사무실 등에 수십개의 비밀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있고 룸살롱 등 유흥업소와 호텔 여관 등에서도 「방범목적」을 이유로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30년간 이 분야에서 일했다고 밝힌 한 설치업자는 『서울시내 유명백화점 두곳의 여자화장실에 비밀카메라를 설치한 적이 있다』며 『당시 백화점 폐장 후 청소원을 가장해 들어가 혼자 설치했기 때문에 백화점 직원들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액수에 관계없이 다른 사람에게 절대 발각되지 않는 카메라를 설치해 줄 수 있느냐』고 묻자 직경 1㎜가량의 렌즈가 부착된 가로 3㎝ 세로 2㎝가량 크기의 「핀홀(Pin Hole)카메라」를 보여 주었다.
그는 『대당 설치가격이 3백50만원인 이 카메라는 바늘구멍만한 구멍만 뚫으면 촬영이 가능해 천장이나 벽뒤에 카메라를 설치해도 일반인들이 전혀 눈치챌 수 없다』고 장담했다.
몰래카메라로 사용되고 있는 핀홀카메라는 전량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다.
특히 설치업자들은 『서울 강남 일대의 일부 유흥업소에서 여자화장실 벽면에 핀홀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손님의 「은밀한 모습」을 녹화하고 있으며 녹화테이프중 일부를 일본이나 동남아로 밀반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는 전국적으로 1만여개의 CCTV설치업체가 있으며 간단한 기술만 있으면 누구나 CCTV를 설치할 수 있다.
한편 백화점협회측은 그레이스백화점 외에 서울시내 또 다른 두곳의 백화점에 비밀카메라를 설치했다는 업자의 주장에 대해 『그런 사실이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박정훈·이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