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A일식집 사장을 납치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李和濬(이화준·23)씨 등 3명은 단순폭력사건 외에 이렇다할 전과도 없는 평범한 젊은이들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그저 돈이 필요하다는 이유때문에 범행을 모의했고 처음엔 취객의 지갑을 터는 속칭 「아리랑치기」를 하려 했다.
14일 저녁부터 이틀동안 서울 강남일대와 경기 분당 등을 돌아다니던 이들은 16일 오전 4시경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고급 외제승용차를 타고 있는 黃元暻(황원경·36)씨를 범행대상으로 정했다. 단지 돈이 많아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때부터 이들은 철저히 「프로 범죄꾼」의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황씨가 가지고 있던 2백30여만원을 빼앗은 뒤 이 중 10만원권 수표 10장은 조각조각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계좌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씨와 崔宇碩(최우석·23)씨가 충남 홍성 야산에서 황씨를 감시하는 동안 高寬天(고관천·23)씨는 서울로 올라가 매봉역 등 7개 지하철역을 돌아 다니며 황씨의 카드로 9백90만원을 인출했다.
지하철역 현금지급기엔 감시카메라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과 한 곳에서 너무 많은 돈을 찾으면 주위의 의심을 살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
이들은 17일부터 지불정지 조치로 돈이 인출되지 않자 경찰 수사를 혼선에 빠뜨리기 위해 여러가지 함정을 만들기도 했다.
19일 오후 국민은행 청담지점에 황씨의 후배를 가장, 전화를 걸어 면식범에 의한 범죄일 가능성을 열어놨다. 20일 오전엔 홍성 야산에 묻었던 황씨의 시체를 꺼내 으슥한 곳에 2m 깊이의 구덩이를 파고 다시 매장하는 대담성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의 벤츠승용차는 견인차를 이용, 홍성에서 아산으로, 다시 천안으로 옮겨 경찰 수사망을 피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급 외제승용차와 화려한 의상 등 부유층의 위세과시가 범죄의 타깃이 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부형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