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씨 「6백억」진술]「대선자금 수사」 중대 고비

  • 입력 1997년 5월 8일 07시 55분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이 지난 92년 대선 당시 金泳三(김영삼)민자당대통령 후보에게 6백억원 이상을 제공했다고 진술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짐으로써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여부가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1월27일 시작된 한보비리사건 1차 수사 당시 이같은 사실을 밝혀내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은 만큼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에 본격 착수하게 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검찰은 지난 2월 중간수사 결과에서 한보특혜대출은 洪仁吉(홍인길)청와대 총무수석 등 여야 정치인 5명과 申光湜(신광식)제일은행장 등 3명의 은행장이 사례비를 받고 저지른 「단순 금융비리」라고 발표했었다. 검찰 수사는 한보비리의 「배후 몸통」을 밝혀내지 못한 축소수사라는 여론의 비난을 극복하지 못해 결국 재수사까지 벌이게 됐다. 그러나 정총회장이 김대통령에게 대선자금으로 6백억원 이상을 주었다고 진술한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한보비리의 「몸통」이 김대통령의 대선자금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뒷받침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한편 金賢哲(김현철)씨 비리의혹 수사과정에서 대선자금 잉여금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것도 대선자금 수사의 중요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철씨의 측근인 朴泰重(박태중)씨가 대선 직후인 93년 초 자신의 계좌 등에서 출금한 1백32억원이 대선자금 잉여금이라는 사실이 이미 드러났다. 현철씨의 또 다른 측근인 金己燮(김기섭)전안기부 운영차장이 한솔그룹에 맡긴 수십억원도 대선자금 잉여금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선자금의 잉여금 확인이 논란을 빚고 있는 이유는 이 부분이 곧바로 잉여금의 본줄기인 김대통령의 대선자금 총규모와 사용처 등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폭발성 때문이다. 대선자금 수사문제에 대해 검찰수뇌부는 기본적으로 『정치권에서 풀어야 할 문제이지 검찰이 수사할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92년 대선자금은 한보비리사건의 본류도 아닐 뿐더러 이미 야당후보측은 정치자금법상 공소시효(6개월)가 지났고 김대통령측은 재임기간중 형사소추가 불가능한 만큼 수사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수뇌부는 특히 전직대통령 비자금사건 때처럼 대선자금을 준 기업 총수들을 또 다시 검찰청사로 줄줄이 소환할 경우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경고하고 있다. 〈양기대·하종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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