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히는 한보의혹]『현철씨-야당 거물 모두 성역』입증

  • 입력 1997년 2월 14일 20시 10분


[최영훈기자] 한보특혜대출비리사건 수사과정에서 검찰은 여당 실세 정치인들 뿐만 아니라 야당의원들의 비리정보도 적지않게 입수,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야당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를 더 확대하지 않고 국민회의 權魯甲(권노갑)의원을 구속하는 선에서 마무리할 뜻을 밝히고 있다. 과연 검찰이 「한보파일」이라는 상당히 구체적인 정보를 입수해 놓고도 야권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지 않고 묻어두려는 속사정은 무엇일까. 검찰관계자들은 수사 초기에는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의 로비스타일로 봐 여야의원 상당수가 다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수사과정에서 정총회장은 여당 실세들에게는 「대출 외압용」으로, 야당중진들에게는 「입막음용」으로 거액의 검은 돈을 제공한 것으로 속속 드러났다. 이에 따라 『여야 가릴 것 없이 상당수 정치인들이 다칠 것』 『정치판이 수라장(修羅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2,3일전부터 야당의원들의 경우 권의원 이외에는 형사처벌 대상이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13일 권의원을 상대로 한보로부터 받은 돈의 사용처를 추궁했지만 별로 무게를 두지않는 눈치였다. 검찰은 권의원이 한보로부터 받은 돈을 국민회의 의원들에게 나눠주고 국정감사에서 한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도록 조치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재경위소속 L K J의원 등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권의원이 한보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金大中(김대중)총재가 알고 있었는지도 검찰의 관심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수사는 더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검찰관계자들은 배후세력을 규명하라고 연일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야권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경우 역효과만 예상된다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검찰이 공식적으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를 조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정치권 수사를 더이상 진행하기 어렵게 만드는 「부담」이라는 것. 검찰 고위관계자는 『「입막음용」의 돈을 받은 정치인들을 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고 수사가 곁가지로 흐른다는 비난만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검찰수사에서 현철씨만 「성역」이 아니라 야당거물도 「성역」인 셈이다. 이것이 검찰수사의 현실적인 「한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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