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울리는 「유학詐欺」피해 中교포 5명 진정서

  • 입력 1996년 11월 27일 20시 17분


중국교포들을 상대로 한 사기극이 「취업사기」에서 「유학사기」로까지 번져 가난한 중국교포들을 울리고 있다. 27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구속된 한국금속기술연구원 대표 李鍾萬(이종만·47·서울 마포구 망원2동)씨의 「유학사기」는 이씨에게 피해를 본 중국 길림성에 사는 5명의 중국교포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에게 진정서를 보냄으로써 드러났다. 지난달 17일 청와대 민정비서실에 접수된 중국교포들의 진정서는 모두 5통. 하나같이 이씨의 유학사기에 피해를 본 중국교포들의 딱한 사연을 담고 있었다. 「이태봉씨의 엄마」라고 신분을 밝힌 중국교포 김숙자씨는 「그리운 고국땅에 계시는 청와대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진정서에서 『「유학기간 5년 중 2년동안 오전에는 일을 하고 오후에는 공부를 하면서 월 50만원을 벌 수 있고 3년째부터는 정식월급이 나온다」는 모집광고를 보고 아들 태봉이를 유학보낼 생각으로 빚을 얻어 수속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건네 주었다가 사기당했다』고 썼다. 김씨는 『3월26일이 개학인데도 소식이 없어 계속 비싼 이자만 물고 있고 고리대금을 얻는 과정에서 집을 저당잡혀 거리로 내쫓기게 됐다』고 호소했다. 김씨가 자식을 유학보내기 위해 빌린 돈은 유학소속신청비 인민폐 1만2천元과 유학중 생활비 5만5천元 등 6만7천元(약 6백70만원). 중국에서 1만元은 평범한 가정에서 몇년을 저금해야 손에 쥘 수 있는 큰 돈. 김씨는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목숨을 끊고 싶을 때가 수없이 많았지만 지금까지 애써 키워온 자식 때문에 마지못해 살고 있다』고 말했다. 교포 李賢大(이현대)씨도 딸 홍이를 서울로 유학보내려다 빚더미를 안게됐다는 내용을 털어 놓고 있다. 이씨 역시 길림성 길거리에 나붙은 유학생 모집공고를 보고 급한 김에 고리대금을 얻어 경비로 썼다. 이씨는 최근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이자독촉으로 머리가 다 희어지고 눈이 안보이기 시작하다 신경쇠약 심장병 신장염 등이 겹쳐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이씨는 『길림성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던 홍이는 유학준비를 위해 간호사일도 그만두었다』며 『아내가 사기극에 휘말린 것을 알고 신경쇠약에 걸려 직장에도 못나가고 집에 누워 있다. 이제 어찌해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한국유학을 위해 자신이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둔 경우도 있다. 화학공업교육학교에서 교편을 잡다가 그만둔 金龍華(김용화)씨와 일반 직장을 다녔던 이동일씨가 바로 그같은 사례. 한편 서울 마포경찰서는 27일 중국교포 20여명으로부터 국내대학의 유학수속비 명목으로 1억2천여만원을 가로챈 李鍾萬(이종만·47·서울 마포구 망원2동)씨를 횡령혐의로 구속했다. 〈李浩甲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