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학원 횡포 극심…「6시간 대기,10분 연습」 일쑤

  • 입력 1996년 11월 17일 20시 22분


내년 1월부터 운전면허시험제도가 바뀌어 「코스―주행 연결식시험」이 실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올해 안에 면허를 따려는 사람들이 「자동차운전 전문학원」에 몰려들자 일부 학원들의 「배짱영업」과 횡포가 심해지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지정학원에서 면허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되면서 새 제도가 시행되기전 면허를 취득하려는 열기와 맞물려 수강생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자 학원들의 배짱영업이 늘어나 수강생들의 불만이 높다. 자동차학원의 대표적인 횡포사례는 △최고 6시간 대기 10∼20분 운전연습 △운전연습일 건너뛰기 △노인 여성 장애인 등의 응시접수 기피 △담임제 미실시 등으로 이로 인한 운전교육의 질 저하도 우려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M자동차학원. 하루 2백60명(학원측 주장)이 운전교육을 받는 이 학원의 수강생 余모씨(20·경기 안양시)는 『오전 10시에 도착했지만 오후 4시가 돼서야 겨우 차를 탈 수 있었다』며 『전날에는 오후 2시에 왔더니 아예 차를 탈 기회조차 없었다』고 푸념했다. 부산 동래구 S자동차학원의 경우도 마찬가지. 하루 수백명 이상의 수강생들이 몰려드는 이곳은 매일 숙달해야 할 운전연습을 일주일에서 열흘까지 건너뛰는 경우가 많아 수강생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 수강생 朴모씨(49·부산 남구 용호동)는 『강습이 없는 날이 많아 전에 배운 것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2천평 이상의 부지를 확보하고 컴퓨터시설을 완비,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곳은 전문학원 20곳과 「지정전 학원」 1백35곳 등 모두 1백55곳. 전문학원은 학원측이 면허시험을 자체적으로 완전히 시행할 수 있으며 지정전 학원은 6개월간 합격률이 70%를 넘을 경우 전문학원으로 승격하는 것을 전제로 경찰이 학원에 나가 출장시험을 실시한다. 면허시험을 치르는 자동차학원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자 일부 학원은 정원이상을 신청받는가 하면 3,4개월전부터 미리 수강료를 받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내년에 수강료가 대폭 인상된다는 점을 의식, 수강접수를 고의로 거부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도봉구의 모 자동차학원 관계자는 『내년부터 바뀌는 제도에서는 합격하기 어렵다고 소문이 나 있고 학원등록비도 대폭 오르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아직까지 운전학원의 횡포사례를 접수받은 것이 없다』며 『확인될 경우 전문학원 지정취소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河泰元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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