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우리도 일하고 싶어요』…장애인 구인-구직행사

  • 입력 1996년 11월 11일 20시 21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면접관 앞에서 자신의 경력과 특기를 말하는 장애인들의 얼굴에는 구직열망을 넘어서는 「간절한 비장함」이 담겨 있었다. 11일 오후 1시경 서울 관악구 봉천4동 관악센튜리타워 빌딩 2층 서울인력은행 공동면접실. 정상인 못지않은 능력이 있는데도 사회의 선입견 때문에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실질적인 구직기회를 주기 위해 노동부 직할기관인 중앙고용정보관리소(소장 金東石)가 주관한 「장애인 구인구직 만남의 날」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올 봄부터 서울 신촌에 있는 친구 자취집에 묵으며 하루종일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는 李鍾洙씨(26·강원 삼척시 노곡면 중마읍리)는 『찾아간 회사마다 3∼5분정도 인적사항을 묻고 「나중에 전화하겠다」는 말을 하고는 연락 한번 오지 않았다』며 그동안 장애인으로서 겪었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뇌성마비로 왼손을 잘 못 쓰고 말이 어눌한 李씨는 『1년간 직업훈련소를 힘들게 다녀 딴 봉제 2급자격증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며 『단순히 무거운 짐 나르는 일이라도 좋으니 오늘 꼭 취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마비된 손으로 힘들게 구직신청서를 쓰고 있던 鄭泰植씨(30·경기 부천시 소사구 심곡본1동)는 『잘 다니던 플라스틱 사출공장이 경영이 악화되자 35명 직원 중 가장 먼저 나에게 퇴직을 권해 졸지에 실직자가 됐다』며 『첫인상을 좋게 하기 위해서라도 글씨를 조금 더 예쁘게 쓸 수 있으면 좋겠는데…』라며 쥐고 있던 볼펜을 더욱 힘껏 쥐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13개 중소기업체의 면접관들도 이들만큼 적극적이었다. 건축용기자재를 만드는 무상기계산업 金台奎관리과장(30)은 『장애인들은 조금만 힘들어도 직장을 떠나버리는 요즘 근로자들과는 달리 궂은 일도 마다않고 묵묵히제 몫을 해 낸다』며 『장애인 채용을 점차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일하고 싶어 하는 장애인이 이렇게 많은 줄 미처 몰랐어요. 이런 행사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어요』 수화(手話)자원봉사자로서 청각장애인들의 면접을 도와 주던 朴美京씨(26·여·연극배우)의 말이다. 〈夫亨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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