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난따라 商圈 바뀐다…점포 대로변 여유,이면도로 북적

  • 입력 1996년 11월 7일 20시 38분


주차난이 기존의 「상권지도」와 건물의 모양까지 바꾸고 있다. 대로변은 종래 「황금알을 낳는 노루목」이었으나 이제 대로변일수록 주차단속이 엄격해지면서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차를 몰고 가다가 잠시 차를 세워두고 들르는 손님들을 놓치게 됐기 때문. 이 때문에 최근 서울 종로구 신문로 도로변에 자리잡은 S약국 등 상가업주들은 『주차단속이 심해 차를 몰고 가다 들어오는 단골들이 끊기는 등 매상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며 단속을 완화해 달라는 진정서를 구청에 제출하기도 했다. 서울 종로5가에 줄지어 있는 80여곳의 대형약국과 20여곳의 도매서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특히 버스전용차로 실시로 상가 앞 주정차가 「원천봉쇄」돼 있어 더욱 타격을 받고 있다. 반면 대로변에 비해 주차하기가 쉬운 이면도로가 오히려 새 상권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W부동산 鄭英植씨(43)는 『예전과 달리 주택가의 이면도로에 업소를 열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피카소거리」로 불리는 서울 홍익대앞 주택가에 카페골목이 성업중인 것도 하나의 예. 서울 강남지역은 이미 이면도로가 대로변보다 더 상권이 발달돼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주차난으로 아예 업종을 바꾸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택시기사들이 주로 애용하는 기사식당은 주차공간확보가 영업의 절대필요 조건. 그러나 대개 영세한 기사식당 주인들은 주차장 확보가 쉽지 않은 형편이어서 최근 몇년새 폐업하거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서울 중구 장충동 B식당 주인 金모씨(58·여)는 『기사들이 식당 주변에 적당히 차를 세워놓았다가 딱지를 떼면 찾아오지 않는 등 주차 때문에 골치가 아파 2년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주차장 확보여부가 영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자 최근 기존의 건물을 개조해 주차공간을 새로 마련하거나 아예 「주차장우선의 건물」을 신축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주차장 우선 건물」은 서울 강남의 S식당처럼 2층건물의 아래 1층을 기둥만 세워 24대의 차량을 주차시킬 수 있는 주차공간으로 사용하고 식당은 2층에 두고 있는 식의 건물이다.〈李明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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