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美병사 신병인도 거부…검찰 대안없어 답답

  • 입력 1996년 11월 6일 20시 43분


「河宗大기자」 주한미군 당국이 지난 5일 서울지검에 보낸 미군병사의 신병인도요청에 대한 서면답변서의 내용이 자의적이고 무성의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주한미군측은 이날 존 틸럴리 미8군사령관 명의로 보낸 서한에서 신병인도 거부이유로 에릭 뮤니크이병이 이미 미군 영내구치소에 수감돼 있고 수사초기부터 수사협조가 잘 이뤄져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측은 또 뮤니크이병은 기소 이전과 재판, 재판 이후 단계에서 언제든지 출석할 수 있고 증거인멸이나 도주, 재범의 우려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군측의 이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 검찰내부 및 주변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검찰에 따르면 뮤니크이병은 지난 9월7일 접대부 李基順씨(44)를 아무런 이유없이 잔혹하게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미군 공병대 J중사등을 시켜 알리바이를 조작, 범행사실을 은폐하는 등 죄질이 나빴다는 것. 뮤니크이병은 또 알리바이를 조작한 뒤 범행을 부인하다 한국경찰이 범행 당시의 목격자와 뮤니크이병을 태워다 준 택시운전사를 찾아 대질하자 할 수 없이 범행을 시인하는 등 자신의 범행에 대해 전혀 반성의 빛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데도 뮤니크이병이 한국수사당국의 조사에 협조해 왔으며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것은 미군측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신병인도거부를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는 것이 검찰주변의 시각. 검찰은 그러나 이같은 미군측의 처사에 대응할 마땅한 방안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한미행정협정(SOFA)은 「미군 당국에서 구금중인 범인에 대해 한국당국이 인도를 요청하면 호의적으로 고려한다」고만 규정돼 있을 뿐 미군측의 거부에 대응할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미행정협정은 기소단계에서 신병을 인도받도록 규정한 일본 등 다른 미군 주둔국가들과는 달리 형확정판결 이후에 넘겨받도록 규정하는 등 매우 불평등한 형태로 돼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번에도 미군측에 신병인도를 요청한 뒤 미군측이 거부할 경우 국민들의 반미감정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미군측과 활발한 접촉을 가졌으나 미군측은 한국내 여론이 잠잠해지자 한미행정협정 규정을 들어 인도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에 따라 한미행정협정의 개정없이는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미군범죄인의 신병확보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협정이 개정될 때까지는 신병인도에 대한 국내여론을 사전에 충분히 조성한 뒤 신병인도를 요청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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