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합참에 요구성능·도입대수 등 소요 제기
“한미간 핵연료 조속한 확보 합의가 최대 관건”
2023년 12월 17일 미 해군의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핵잠)인 ‘미주리함’이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해 있다. 부산=뉴스1
해군이 최근 합동참모본부에 핵추진잠수함(핵잠) 소요 제기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미 정상간 조인트팩트시트(JSF·공동설명자료)의 핵심 합의사안인 ‘한국형 핵잠’ 도입을 위한 군내 공식 절차가 착수된 것.
소요 제기는 군이 새로운 무기체계를 도입하거나 전력증강 사업을 추진할 경우 해당 전력의 작전요구성능(ROC)과 운용 개념, 소요 대수, 전력화 시기 등을 상급 기관에 요청하는 것으로 전력 획득 과정의 첫 단계에 해당한다. 합참은 이르면 이달 중 합참 회의를 열어 핵잠의 소요 결정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해군 관계자는 20일 “핵잠 건조 추진과 관련된 소요 제기를 합참에 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기 힘들다”고 했다. 북한의 핵위협을 억지할 핵심 전략무기인 ‘한국형 핵잠’의 구체적 도입 계획을 서둘러 공개하는 것에 신중을 기하는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 반응 등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한 기조로 풀이된다.
통상적으로 합참의 소요 결정이 이뤄지면 선행연구 및 사업 타당성 조사, 재정당국와의 총 사업비 협의 등을 거쳐 체계 개발이 시작된다. 한국형 핵잠도 이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가 ‘핵잠 특별법’을 추진 중인 만큼 핵잠의 도입 절차가 간소화되거나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정부와 군은 배수량 5000t급 규모의 핵잠을 2030년대 중반 이후 4척가량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군 내부 검토 과정에서 배수량이나 소요 대수가 일부 변경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해 11월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미국의) 버지니아급(7800t)보다 훨씬 저렴하고 우리 수요에 맞는 잠수함을 한국에서 지으려 한다”며 “(핵잠용) 핵연료(우라늄) 농축도는 대체로 20% 이하에서 할 수 있다는 쪽”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핵잠 도입의 최대 관건인 핵연료 확보 문제는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한국형 핵잠에 사용할 저농축우라늄을 확보하려면 미국과 군사적 목적의 핵물질 이전 협상이나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미국이 쿠팡 사태 등을 연계하면서 한미가 실무협의가 연기되는 등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달 말 핵잠 확보의 원칙과 건조계획, 핵 비확산 등에 대한 입장이 담긴 한국형핵잠 추진 기본계획을 발표할 계획이지만 한미 정부간 핵연료 공급 방안을 위한 협의가 속도를 내지 않을 경우 핵잠 사업 자체가 제자리 걸음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