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고액 체납자 일가에 대해서는 출국금지나 압류 재산을 해제하는 등 혜택을 주면서, 정작 소액체납자의 압류는 장기간 방치하는 등 소홀한 국세 체납징수 관리가 감사원 감사에서 대거 적발됐다.
감사원이 12일 공개한 국세청의 체납징수 업무 관련 제도 및 운영 실태 점검 결과, 이같은 문제가 다수 확인됐다.
우선 서울국세청은 고액 체납자 A씨 일가에 대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서울청은 2015년 소득세 등 총 209억 원을 체납한 A씨와 그의 아들을 출국금지하고 명품가방 30점과 와인 1005병 등을 압류했다.
A씨는 이후 2017년 7월 압류된 명품가방이 며느리 소유라며 압류해제를 요구했지만, 서울청은 거부했다. 그러나 2019년 추가 증빙 제출을 받지 않은 채 명품가방이 ‘여성용’으로 A씨 배우자 소유로 추정된다며 압류를 해제했다.
서울청은 2017, 2019, 2020년에 걸쳐 ‘근거 불충분’ 등으로 압류해제 요구를 인정하지 않던 와인의 경우에도 2022년 해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징세관은 그동안 해제를 하지 않은 것이 직무유기라며 담당자에게 압류해제를 하라고 지시했고, 담당자는 입증자료 부실 등을 보고했으나 징세관은 ‘법인 취득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보고서 작성을 지시해 시가 1400만 원어치의 로마네꽁띠 등 와인 1005병(시가 총 4억 8000만 원)을 압류해제했다.
서울청은 A씨가 재산은닉처로 의심되는 해외 페이퍼컴퍼니 소유의 고급주택에 거주하고 벤츠 마이바흐 승용차를 이용하는 등 호화생활 중임을 파악했으나, 2022년 8월 무직 상태인 A씨가 해외기업 행사 참석 등을 이유로 출국금지 해제를 요청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담당자는 A씨의 조사보고서에 ‘사업계약 체결’로 임의 기재했고, 3개월 전 ‘국외도피 우려’로 출국금지를 연장했던 것과 달리 ‘우려 없음’으로 적어 출국금지를 해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에도 두 차례 제대로 된 소명 없이 해제했고, A씨의 아들도 제대로 된 증거서류 없이 당일 출국금지 해제 혜택을 받았다.
반면 감사원이 체납액 500만 원 미만 소액체납자 56만 명의 부동산 압류 및 압류해제 실태를 점검한 결과, 1만 7545건이 공매 등 절차 없이 5년 이상 장기 압류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절반 이상인 9390건이 약식감정 의뢰조차 없거나(1938건), 약식감정 결과 공매실익이 없는데도(7452건) 아무 조치 없이 장기간 방치하고 있었다.
또한 국세청은 2020년 10월 국회에서 누계채납액 공개를 요구받은 뒤 2021년부터는 국세통계포털에 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임시 집계액이 122조 원으로 확인되자, 부실 관리 비난이 우려된다며 100조 원 미만으로 축소하기로 계획했다.
국세청은 이를 위해 지방청별 누계체납액 감축 목표(20%)를 일률적으로 할당한 뒤 장기압류재산, 고액 체납자 점검명세 시달 등을 통한 소멸시효 부당 처리 요구를 하고, 일선 세무관서의 위법·부당한 소멸시효 완성 처리 등에 나섰다. 이에 2021~2023년 총 3년간 1조 4268억 원의 국세채권이 위법하게 소멸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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