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D-11]
최소 15건 신고… 더 늘어날 듯
경주시 “외교 문제 빚을까 걱정”
경찰, 1.8만명 투입해 질서 유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 성향의 단체들이 19일 서울 명동에서 집회가 제한되자 종각 인근에서 ‘반중 시위’ 행진을 하고 있다. 2025.9.19 뉴스1
이달 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개최지인 경북 경주에서 각종 정치성향 단체들이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미중 정상이 나란히 참석할 예정인 가운데, 반미(反美)·반중(反中) 성격의 시위가 열리면서 행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APEC 정상회의 주간인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경주에서 집회·시위를 진행하겠다고 신고한 단체는 모두 12곳이다. 이들은 황리단길, 대릉원, 경주역 일대 등에서 15건의 크고 작은 집회를 열 계획이다. 현행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옥외집회 주최 측은 시작 720시간(30일) 전부터 48시간(2일) 전까지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경찰은 회의 개막이 다가올수록 신고 건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신고된 단체 대부분은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시민단체다. 보수단체 ‘자유대학’은 27일부터 30일까지 황리단길 인근 도로에서 2000여 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예고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했으며, 최근에는 서울 도심에서 ‘차이나 아웃’ ‘짱깨(중국인 비하 표현) 반대’ 등의 구호를 내건 반중 시위를 벌여 논란이 됐다.
금속노조 산하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등 진보 성향 단체는 24일부터 30일까지 경주에서 반미 구호를 내건 집회를 예고했다.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라는 단체도 다음 달 1일 서울에서 출발해 경주로 향하는 ‘투쟁 참가단’을 모집하고 있다. 일부 단체는 한미 통상 갈등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퍼포먼스 시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시 등은 한미 통상 갈등과 국내 정치적 긴장 상황 속에서 반미·반중 시위가 과격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경주시 관계자는 “오랜 기간 정상회의를 준비해 왔는데 집회로 인해 행사는 물론이고 외교적으로도 문제를 빚을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시위로 인해 각국 정상단과 시민들의 이동 과정에서 큰 교통 혼잡이 발생할 수도 있다. 2005년 부산 APEC 회의 당시 반APEC 단체 등 2만여 명이 도심 곳곳에서 시위를 벌여 교통이 마비된 바 있다.
경찰은 만반의 준비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신고된 집회 장소가 정상회의 주 행사장인 보문관광단지와 직선거리로 7km 이상 떨어져 있어 행사 자체에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만일을 대비해 대비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집회 신고 단체에 행정지도를 통해 주 행사장과 떨어진 지역에서 평화적으로 집회를 진행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집회 관리와 교통 통제를 위해 전국 87개 기동대 등 일일 최대 1만8000여 명의 경력도 투입된다. 경찰은 21일부터 경계를 강화하고, 28일부터는 경북·부산경찰청에 ‘갑호비상’을 발령해 경계를 한층 높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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