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 등 군을 대상으로 외환(外患) 관련 혐의를 대대적으로 수사해야 하는 상황에서 보안이 중요하다. 정부과천청사와 옛 서대문경찰서도 답사했지만 서울고검 청사가 도감청 위험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것으로 판단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의혹을 수사할 조은석 특별검사(특검)는 최근 특검 사무실로 서울고검 청사 일부를 쓰게 된 배경과 관련해 주변에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란 특검은 역대 특검 사상 처음으로 검찰청사에 사무실을 차리기로 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 9·12층을 사무실로 확보한 데 이어 추가 공간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고검 청사, 도청 위험 덜하다” 조 특검은 6월 14일 언론에 낸 공지에서 “내란 특검은 군사 관련 사항이 주된 내용이라 상업용 건물에서 직무 수행 시 군사기밀 누설 등 보안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과거 특검은 서울 시내 민간 건물에 입주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특검은 태생 자체가 정치권력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검찰과 떨어져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것이 목표인 만큼 검찰청사를 벗어나 사무실을 차리는 것이 상식이었다.
조은석 특검은 내란 특검에서 주요 수사 대상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특검 임명 엿새 만인 6월 18일 기소하는 등 벌써부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 특검은 19일 언론에 “전날 야간에 김 전 장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공소제기했다”며 “향후 법원에 신속한 병합과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하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향후 내란 특검 수사는 윤 전 대통령과 12·3 비상계엄 연루자들의 외환 의혹 규명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내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된 내란·외환 행위, 군사반란, 내란 목적 선동·선전 등 11개 혐의에 이른다. 이 중 상당수 혐의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국방부 장관, 군 장성들에 대한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경찰 수사를 통해 처분이 내려졌다. 반면 윤 전 대통령 등이 북한의 공격을 유도해 무력 충돌을 유발하려 했다는 외환 의혹과 관련해선 이렇다 할 수사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내란 특검법은 제2조(특별검사의 수사대상) 1항 8호에서 수사 대상 중 하나로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무인기 평양 침투 등의 방법으로 북한의 공격을 유도해 전쟁 또는 무력 충돌을 야기하려고 했다는 범죄 혐의 및 이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를 하는 방법으로 내란, 군사반란을 시도했다는 범죄 혐의 사건”을 규정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 동아DB내란 특검, 역대 최대 규모 267명 조 특검은 수사를 준비하며 외환 혐의 등에서 새로운 수사 성과를 내는 데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특검 중 최대 규모인 267명으로 꾸려지는 특검 진용을 수사력이 뛰어난 현직 검사 위주로 짠 것도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내란 특검은 6개 팀으로 이뤄져 각 팀마다 검사 4∼5명이 배치될 예정이다. 조 특검은 6월 16일 대검찰청에 차장·부장검사 9명의 파견을 요청하는 등 수사 인력을 발 빠르게 확보하고 나섰다. 윤 전 대통령 등의 내란 재판을 담당하는 검찰 비상계엄 사건 특별수사본부의 검사 전원도 내란 특검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과거 특검의 경우 특검보 인선이 이뤄진 후 순차적으로 검사 등 수사 실무진을 꾸렸으나, 검찰 재직 당시 큰 수사를 많이 해본 조 특검은 베테랑 검사들을 일찌감치 합류시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 19일 밤 특검보 6명의 임명을 재가함으로써 내란 특검 수뇌부 인선도 마무리됐다.
조 특검은 과거 권력 실세 등에 대한 수사를 많이 해본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였다.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나라종금 의혹 사건’에서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구속해 ‘검사 조은석’의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박근혜 정부 때는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해 청와대, 법무부와 갈등을 빚다가 좌천되기도 했다. 조 특검은 1965년 전남 장성 출생으로 광주 광덕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사법시험 29회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19기를 수료하고 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로 임관했다. 검사장 승진 후 서울고검 형사부장과 청주지검장을 지냈으며, 고검장으로 영전해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역임했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됐으나 윤 전 대통령이 총장에 임명되자 검찰을 떠났다. 검찰 퇴직 후에는 감사원 감사위원, 감사원장 권한대행을 지냈다. ‘검사 조은석’에 대해 법조계에선 “머리가 좋고 수사를 잘한다” “걸리면 빠져나가기 어렵고, 자백도 잘 받아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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