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공군 F-16 추락 14건중 11건 ‘엔진 이상’… 미군은 원인 안밝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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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전 주한미군 F-16 서해 추락
세계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
韓 160여대 운용… 전체 전투기 43%
단발 엔진, 이상 생기면 속수무책… 엔진 자체 결함 여부는 확인 안돼

“또 F-16이냐.”

지난달 31일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F-16 전투기 한 대가 서해상에 추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군 안팎에서 나온 반응이다.

F-16 계열 전투기는 주한미군에서도 운용하지만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이기도 하다. 우리 공군이 운용하는 F-16(한국에서 미국 기술로 생산한 KF-16 포함) 계열 전투기의 경우 1993년 이후 지금까지 14차례 추락했다.이 가운데 11차례(79%)가 엔진 관련 사고였다.

주한미군 F-16의 사고도 최근 사례만 2023년 5월과 12월, 지난달까지 3차례나 된다. 주한미군은 사고 원인을 언론 등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사고와 관련해서도 주한미군은 1일 미7공군사령관 성명서를 통해 “안전조사위원회가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시행해 향후 이 같은 사건을 예방할 것”이라고만 했다. 지난해 5월 추락 사고에 대해선 “안전조사가 마무리됐다”고만 했을 뿐 “조사 결과 보고서의 세부 내용은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韓공군 F-16 추락사고 79%가 엔진 관련


우리 공군이 운용하는 F-16(KF-16 포함) 계열 전투기는 160여 대다. 1986년부터 미국에서 F-16 40대를 들여왔고, 1994년부턴 국내에서 KF-16을 생산했다. 공군 전체 전투기 370여 대 가운데 43%를 차지하는 F-16 및 KF-16은 F-15K와 함께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다.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제작하는 F-16 계열 전투기는 1970년대부터 4600대 넘게 생산됐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이 전투기를 우리 공군은 물론이고 미공군 등 20여 개국이 운용하고 있다. 김대영 군사평론가는 “F-16은 걸프전, 이라크전 등 1980년대 이후 일어난 전쟁에 거의 다 참가하며 실전에서 전투력을 검증받은 기종”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양한 무장을 장착할 수 있으면서 가격이 대당 7000만 달러(약 934억 원)로 저렴하고 유지비도 적게 들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이점이 많은 기종”이라고 덧붙였다.

대수가 많은 만큼 추락 사고도 전 세계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했다. 특히 F-16 계열 전투기 사고의 원인은 엔진과 관련된 경우가 많았다. 우리 공군이나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전투기도 마찬가지다. 우리 공군의 경우 1993년부터 최근까지 14차례 전투기가 추락했는데 조종사의 비행 착각, 조종 과실 등 원인을 제외한 11차례가 엔진 관련 사고였다. 연료 도관(배관) 파손, 엔진 터빈 블레이드(회전날개) 파손 등이 원인이었다.

F-15K는 쌍발 엔진이라 엔진 하나에 문제가 생겨도 나머지 엔진의 추력으로 착륙이 가능하다. 하지만 단발 엔진을 쓰는 F-16은 엔진이 꺼지면 조종사가 비상탈출하고 기체는 추락시키는 게 최선이다. 엔진에 새나 돌멩이가 빨려 들어가거나 제작 과정에서의 결함 등 문제로 사고가 나면 대부분 기체를 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 결국 쌍발 엔진 기종에 비해 단가가 낮고 유지·정비는 용이하지만 엔진 문제가 발생하면 회복 불가능해 추락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 주한미군, 사고 원인 언론에 공개 안 해


일각에선 국내에서 F-16 계열의 추락이 잦은 게 기체 노후화 때문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한 예비역 대장은 “1986년부터 F-16을 들여왔지만 현재 남은 30여 대는 모두 2012년부터 2016년까지 KF-16 전투기와 대등한 수준으로 성능을 개량했다”며 “노후화된 기종으로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1994년부터 국내 생산을 시작한 KF-16도 2029년 완료를 목표로 2018년 들어 성능 개량 사업이 진행 중이다.

사고 원인에 대한 분석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게 반복된 사고를 막지 못하는 한 요인이란 지적도 있다. 실제 주한미군은 사고 원인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다.

우리 공군의 경우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만 “고무 패킹이 탈락해 엔진에 유입됐다”는 식으로만 밝힌다. 탈락한 이유가 뭔지 등 원인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 군 관계자는 “전투기는 그 자체의 구조가 워낙 복잡하고 사고 요인이 많아 엔진 사고라 해도 제작사 문제로 단정 짓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엔진 제작사 문제로 사고가 났다고 명쾌하게 결론 낸 건 1997년 두 차례 사고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공군#f-16#추락#엔진 이상#사고 원인#미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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