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3개 선거제 갈팡질팡… “설밥상 올릴 필요 있나” 결론 미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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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립형→준연동형→권역별 병립형… 유불리 계산에 석달째 오락가락
지도부 요청으로 어제 의총 못올려… 오늘 80여명 “준연동형 유지” 회견
당내선 “이재명 결단 늦어져 혼란”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가 홍익표 원내대표(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선거제 관련 당론을 정하지 못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가 홍익표 원내대표(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선거제 관련 당론을 정하지 못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25일 의원총회에서도 선거제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결론을 미뤘다.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가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에 무게를 실으면서도 “정치 퇴행”이란 소수 정당 등 야권 내 반발을 의식해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도 우원식 이탄희 의원 등 80여 명이 26일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 및 야권 비례연합정당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하는 등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4월 총선을 76일 앞두고도 원내 1당인 민주당이 자신들의 유불리만 계산하느라 선거의 기본 룰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러다 설 연휴가 지나고 난 뒤에나 여야 선거제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당내에선 이 대표가 책임감 없이 오락가락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 민주, 선거제 당론 채택 또 미뤄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면서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을 막을 방법은 없다. 다른 안은 병립형으로 가는 것”이란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원내 지도부는 선거제를 의총 안건으로 올려 논의하려 했지만 당 지도부의 요청으로 안건에서 뺐다고 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지도부 내에서 우세한 건 맞다”라면서도 “아직 이를 당론으로 결정하기엔 시민사회나 기타 소수 야당 등의 입장 수렴이 좀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건 당 안팎의 반발을 의식한 탓이다. 앞서 민주당에 이달 말까지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 및 위성정당 창당을 결정해 달라고 요구했던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병립형 퇴행에 대해 협상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며 “국민의힘 지도부와 뜻을 같이하겠다는 것이냐”며 비판했다. 당내에서도 의원 80여 명이 준연동형 유지와 ‘반(反)윤석열 야권연합’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 선거제 유불리 계산하며 갈팡질팡


정치권에선 선거제 개편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의 키를 쥔 민주당이 자신들의 선거 유불리를 계산하느라 지나치게 시간을 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해부터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와 과거 병립형 비례제 회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행보를 이어왔다.

대선 후보 당시 ‘다당제 실현’을 위한 연동형 비례제를 공약했던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말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 회귀 방침을 시사했다. 병립형은 정당 득표율만큼 지역구 의석수를 채우지 못한 정당에 비례대표로 부족한 의석수를 채워주는 준연동형과 달리 비례의석 47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단순 배분하기 때문에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유리하다.

하지만 이달 들어 당 지도부는 다시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로 기울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원칙과 상식’ 등의 탈당으로 분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김부겸 정세균 전 총리와 야권 원로, 당내 현역 의원들이 요구하는 준연동형제 유지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다 최근 이 대표가 총선 목표로 “151석으로 단독 원내 1당”을 제시하면서 당 지도부 내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가 다시 급부상했다. 병립형 회귀 방침을 고수하는 국민의힘이 ‘이준석 신당’의 비례 의석 확보를 견제하기 위해 병립형을 전제로 한 ‘권역별 비례제’까지는 받아줄 수 있다고 입장을 내면서 거대 양당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 권역별 비례제는 비례대표 의석만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누는 병립형을 도입하되 인구 비례에 따라 권역별로 의석수를 배정해 ‘지역주의 타파’라는 명분을 앞세울 수 있어 양당 간 이견이 상대적으로 작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25일 페이스북에 당원들의 의견을 물어 결정하자며 ‘전 당원 투표’를 제안하기도 했다.

● 민주당 내 “이재명 결단 늦어져 혼란”


민주당의 당론 채택이 늦어지면서 여야 간 선거제 협상이 설 연휴를 넘길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설 밥상에 ‘선거제’가 올라갈 경우 ‘김건희 명품백 의혹’과 정권 심판론에 대한 이슈 집중도가 흐트러질 수 있다”고 했다. 선거제 결정에 설 밥상 유불리를 따지겠다는 것.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리더십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책임감 있게 교통정리를 했어야 했는데 우왕좌왕하며 혼란만 자초했다”며 “과반은 하고 싶고, 공약 파기라는 비판은 듣기 싫어 결단을 미룬 탓에 ‘깜깜이 선거판’을 뛰게 된 후보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비판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 대표가 결단을 내리지 못한 탓에 결국 선거에 임박해 여야가 또 졸속 합의를 하게 생겼다”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총선#선거제#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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