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북러, 8월 중순부터 선박 2척으로 5차례 탄약 등 군사장비 수송 정황”

존 커비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북한이 러시아에 컨테이너 1000개 이상 규모의 군사장비와 탄약을 인도했다고 밝혔다. NSC는 러시아 선박이 북한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운송하는 모습을 담은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기 한달 전인 지난 8월 중순부터 민간 선박 2척을 이용해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군사 물자를 들여온 정황이 포착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가 위성사진을 분석한 자료를 인용, 러시아 국적 선박 앙가라호와 마리아호가 8월 중순부터 지난 14일까지 최소 5차례 북한 북동부 나진항과 러시아 극동의 두나이를 왕복 운항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적 선박들은 이를 통해 북한으로부터 수백개의 컨테이너를 러시아로 옮겼다. 가장 최근 북한으로부터 러시아로 컨테이너가 전달된 것은 마리아호가 두나이에서 화물을 하역하는 모습이 포착된 지난 14일이라고 WP는 밝혔다.

WP는 해당 컨테이너의 내용물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탄약 등 군사 장비를 수송하고 있음을 강력하게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WP는 그 근거로 화물 수송이 시작될 무렵,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290km 떨어진 러시아 서남부 티호레츠크 소재 탄약 창고의 저장용 구덩이가 빠르게 확장됐고, 그 구덩이들은 최근 몇 주 동안 철도 차량이 도착하면서 탄약 상자로 채워졌다고 설명했다.

탄약 저장 구덩이 옆에 놓여 있던 컨테이너들의 색깔과 크기는 북한 나진에서 러시아 두나이로 이송된 컨테이너들과 일치했다.

앙가라호와 마리아호는 특히 나진과 두나이를 오갈 때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꺼 추적을 피했다. WP는 “두 선박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리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북러 고위급 회담이 시작된 8월까지 북한과 러시아간 항로를 운항한 기록이 없다”고 소개했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지난 9월7일에서 지난 1일 사이 러시아 국적 선박 앙가라호를 이용해 북한이 1000개 이상 컨테이너 규모의 군사장비와 탄약을 러시아에 제공했다며 위성사진 등을 공개했다.

그러나 WP의 보도는 북러간 무기 수송이 백악관 발표보다 앞선 시점에 시작돼 백악관 발표 다음날까지 이어졌으며, 복수의 선박을 통해 진행됐다는 내용을 전한 셈이다.

특히 무기 수송이 시작된 8월 중순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방북(7월 25∼27일)에 이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9월13일)을 이뤄지기 약 1개월 전이다.

WP는 RUSI가 제공한 위성사진은 이번 북러간 무기 수송이 백악관이 밝힌 것보다 더 정기적이고 광범위하며 현재 진행 중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