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 3000명 육성할 1조, 매년 쌀 매입에 들어갈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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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근 농식품부 장관 양곡법 비판
“쌀 의무매입, 공급과잉 부채질 우려
소득 도움안돼 상당수 농민들 반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연간 청년농 3000명을 육성할 수 있는 예산이 쌀 사는 데 들어간다.”


2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사진)은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에 대해 이처럼 말하며 “우리 농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부작용이 너무나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개정안을 평가하면….

“의무 매입 조항이 가장 큰 문제다.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면 농민들은 ‘아무리 많이 지어도 정부가 판로를 보장해준다’고 생각하게 된다.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셈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은 20년간 34.8% 줄었고 앞으로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는 가파르게 주는데 생산이 그에 맞춰 줄지 않아 공급 과잉이 점점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재정 부담은 어떻게 되나.


“정부의 쌀 시장 격리가 의무화되면 쌀 수매에 연평균 1조 원 이상이 투입된다. 청년 자영농 10명을 양성할 수 있는 스마트팜 1ha를 조성하는 데 드는 예산이 30억 원인데, 1조 원이면 이런 스마트팜 300개를 지을 수 있다. 단순 계산하면 매년 청년농 3000명을 양성할 수 있는 재원이 낭비되는 셈이다.”

―농가 소득 안정에 도움이 되나.

“안 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양곡법 개정안 시행 시 최근 5년 평균 80kg당 19만3000원인 쌀값이 2030년 17만2000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농가에서 쌀 판매로 얻는 소득이 10% 이상 줄어드는 것이다. 또 103만 농가 중 쌀 농사를 짓는 가구는 53만 가구이고, 쌀 농사를 전업으로 하는 가구는 23만 가구에 불과하다. 쌀 의무 수매가 농가 소득 안정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농민들 의견은 어떤가.

“상당수가 반대하고 있다. 최대 농민단체인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등이 개정안 통과 직후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당초 개정안에 적극 찬성했던 쌀생산자협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시장 격리 조건을 일부 바꾼 수정안이 쌀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의 쌀값 안정 방안은….

“시장 격리 같은 사후 조치가 아니라 쌀 적정 생산, 소비 촉진 등 사전 대책을 통해 수급 균형을 달성해야 한다. 정부는 소비가 감소하는 밥쌀은 생산 규모를 줄이고 식량 안보에 필요한 밀, 콩, 가루쌀 등 다른 작물로의 전환을 촉진할 계획이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정황근#농식품부 장관#양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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