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친문, ‘표결’ 앞두고 李 면전서 ‘십자가 못박힌 예수’ 마태복음 읽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8일 11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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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체포동의안 막전막후
민주주의4.0서 친문 쓴소리
친명-비명 총선 경쟁 과열 등 전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 도중 눈을 감은 채 손으로 턱을 만지고 있다. 이날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재석 의원 297명 중 과반에 이르지 못해 부결됐지만 가결이 139표로 부결(138표)보다 많았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 도중 눈을 감은 채 손으로 턱을 만지고 있다. 이날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재석 의원 297명 중 과반에 이르지 못해 부결됐지만 가결이 139표로 부결(138표)보다 많았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압도적 부결’일거라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예상과 달리 27일 본회의에서 최소 31표의 당 내 이탈표가 쏟아진 것을 두고 이미 여러 이탈 전조 증상이 있었다는 해석이 뒤늦게 나오고 있다.

28일 민주당에 따르면 친문(친문재인)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 소속 의원들은 22일 이 대표와의 오찬 자리에서 쓴소리를 대거 쏟아냈다고 한다. 이들은 이 대표에게 “현행 체제로 과연 내년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체포동의안도 과도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돼서도 안 된다는 우려도 나왔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당 대표 거취도 고민해보라는 의견도 있었고,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그냥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라는 의견도 있었다”며 “이 대표는 별다른 말이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한 의원은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길게 말하지 않겠다”며 휴대전화를 열고 ‘마태복음 27장’을 읽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장에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장면이 묘사돼 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참석자는 “이 대표에게 당을 위해 희생하면 본인도 살고 당도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넌지시 전한 게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이번 표결 결과를 두고 이미 지난 대선 경선때부터 누적돼 온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간 해묵은 갈등이 다시 터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특히 일부 친명 원외인사 및 비례대표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문’, ‘친이낙연’계 의원들의 지역구 공략에 나선 것도 이탈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 초선 의원은 “예비 후보들이 ‘개딸’을 업고 친명 딱지 붙이고 와서 현역 의원 지역구를 다니는 것에 대해 다들 부글부글했다”며 “친명 인사들이 대놓고 ‘좀 있으면 현역 의원 날라간다’고 하는데 의원들이 가만 있겠나”라고 했다. 앞서 이 대표도 이 같은 갈등을 염두에 둔 듯 “당의 단합을 해치고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들이 있다”며 “내 이름을 팔고 다니지 말라”고 이례적으로 친명 인사들을 향해 강력 경고하기도 했다.

비명 진영의 한 의원은 “당 지도부가 대대적으로 압도적 부결을 자신했지만 초라한 성적표를 받게 됐다”며 “다음 표결이 있을 경우 가결표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당내 경고로 봐야 한다”고 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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