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야비한 정치보복” 총결집… 與 “당대표직을 방탄조끼로” 맹폭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일 1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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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국회(정기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통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일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국회(정기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통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정부의 첫 정기국회 시작과 동시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검찰 소환 통보를 받으면서 여야 간 긴장이 극한까지 치닫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을 뛰어 넘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직접 겨냥하며 “야비한 정치보복”이라고 성토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범죄의 실체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라며 대통령실을 대신해 이 대표를 향한 공세에 나섰다. 여야 간 거센 대치 전선이 형성되자 그간 내홍을 겪었던 여야는 자연스럽게 계파를 뛰어 넘는 내부 단일 대오를 형성하는 양상이다.

● 출석 여부 저울질 들어간 李

2일 광주를 찾은 민주당 지도부는 여권을 향한 총공세를 펼쳤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에서 “참 나쁜 정권”이라며 “죄 없는 김대중을 잡아갔던 전두환이나 죄 없는 이재명을 잡아가겠다는 윤석열이나 뭐가 다르겠느냐”고 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이 대표 소환일로 발표된 6일은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여부 대한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고된 날”이라며 “충격적 내용이 발견될 거 같다고 예고된 바 있는데, 김 여사를 살리고자 하는 이런 행동들이 계속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 패배 이후 지속됐던 야권 내 계파 갈등도 일시적으로 봉합되는 분위기다. 이 대표와 줄곧 대립해 온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전해철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에 대한 부분은 당이 총력 대응을 해야 한다”며 “서면조사를 할 수 있는데도 당 대표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소환하는 것은 명백한 흠집 내기”라고 비판했다. 전날(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이 대표와 전 의원이 향후 대응 방법 등을 두고 상의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지도부를 겨냥한 전방위적인 사정 바람이 몰아치는 만큼 내부적으로 똘똘 뭉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이 대표는 검찰 출석에 대한 주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아직까진 “불출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한 가운데, 이 대표가 직접 출석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패 범죄도 아닌 검찰의 망신주기 수사인 만큼 이 대표가 직접 나서 부당함을 성토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친명(친이재명계) 진영의 핵심 의원은 “(변호사 출신인) 이 대표가 정무적 판단력도 있고 법 논리도 뛰어나니 결국 출석일에 임박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출석 대비와 별개로 이 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광주 현장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방문했던 광주 양동시장 내 분식집에서 상인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야권 관계자는 “정권의 거센 탄압을 받고 있지만 제1야당의 수장으로 민생과 진보 진영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라고 했다.

● 與 “권력형 범죄와의 전쟁” 맹폭

반면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향해 맹폭을 퍼부었다. 행정부 수반인 윤 대통령이 침묵을 지킬 수 밖에 없는 만큼 대통령실을 대신해 여론전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이 대표의 숱한 범죄 의혹에도 불구하고 압도적 지지를 보내 당 대표를 만들었다”며 “당 대표 자리를 범죄의혹의 방탄조끼로 사용했으니 와해의 길을 택한 건 민주당 자신”이라고 비판했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전날 이 대표 측이 ‘전쟁’이라고 반응한 데 대해 “전쟁 맞다. 썩은 냄새 진동하는 비리에 대한 차고 넘치는 증거조차 권력의 힘으로 깔아뭉개며 ‘유권무죄’를 외치는 무리들과의 전쟁”이라고 가세했다.

당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과 관련해 당 지도부와 노선을 달리 했던 의원들도 이 대표를 향한 공세에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검찰은 전쟁을 선포하지 않았고 검찰 수사가 전쟁일리도 없다. 그저 범죄혐의 수사일 뿐”이라며 “온갖 비판에도 무리해서 마련한 삼중·사중·철갑·방탄조끼도 입었는데 뭐가 그리 걱정되느냐”고 썼다. 최재형 의원도 “공소시효를 적당히 넘기려는 꼼수를 부리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조사에 응해 자신을 둘러싼 많은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히라”고 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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