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비이재명계(비명)가 다수인 재선 의원 모임이 ‘선거 패배 책임자’ 불출마를 공개 요구한 데 이어 친문 핵심 전해철 의원이 이에 호응하듯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의원도 잠행을 끝내고 공개 행보에 시동을 걸어, 결국 전당대회 출마가 ‘상수’가 돼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문 재선인 김종민 의원은 23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전해철 의원과 함께 3자 불출마론이 제기됐던 홍영표 의원에 대해 “(거취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선 “상당히 놀랐다. 당권 도전에 대한 의지가 다른 누구보다 강했던 분”이라며 “어제(22일) 재선의원 모임에서 대선,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있는 대표적 지도급 인사는 이번에 내려놓자고 촉구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비명 이낙연계 좌장인 설훈 의원이 전날 이 의원을 면담한 배경에 대해서도 “설 의원이 당대표 도전을 하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고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출마에 대해서 좀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걸로 안다”며 “그런 문제와 관련해서 두 분 사이에 대화가 있지 않았겠나”라고 여운을 남겼다.
부산 친문인 전재수 의원도 BBS 라디오에 나와 “전해철 의원의 이런 반응이 여타 책임이 있는 분들의 어떤 연쇄적 반응으로 연쇄적 반응으로 이어지기를 우리는 기대하고 있다”면서 에둘러 이 의원의 ‘결단’을 촉구했다.
나아가 과거 이 의원과 통화에서 “달이 차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인력으로 달을 차게 할 수는 없다”고 조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상 전대 불출마를 권했다는 것이다. 1971년생인 전 의원은 97세대(70년대생·90년대 학번) 차기주자로 꼽힌다.
초선인 이탄희 의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성남이 아니라 계양에 출마한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뒤 “(험지 부산에 나섰던) 노무현의 길과는 일시적으로나마 반대 행보로 비췄다”고 했다. 이 의원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로 야기된 지방선거 책임론을 상기시킨 셈이다.
반면 당내에선 이 의원의 출마를 막을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선 의원들이 이 의원 불출마를 요구하는 공개 ‘연서명’을 추진하다가 결국 특정인을 적시하지 않은 성명으로 갈음한 것도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정서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의원은 출마한다고 생각한다”며 “무조건 나갈 것으로 본다”고 단언했다.
그는 “민심은 당 대표 나오지 마라 인데 당심은 지지율이 70%가 넘더라. 참 재미있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 집권 딱 한 달 만에 한국갤럽에서 여론조사를 했는데 차기 대통령 후보 1등이 이재명”이라며 “민심과 당심도 (이 의원이) 어느 정도 가지고 있구나”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문제가 있는 것은 문재인 정부 법무부와 검찰이 처음에 대통령 안 나온다던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주더라”며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윤석열 정부 법무부 검찰이 이재명을 민주당 당 대표로 만들어주는 코스로 가고 있더라. 민주당의 전통은 위기가 오면 당원들이 뭉쳐준다”고 했다.
대장동 개발, 부인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수사에 따른 ‘사법 리스크’가 오히려 이 의원의 당권 도전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한편 이 의원은 이날부터 24일까지 1박 2일로 열리는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 당초 예상을 깨고 1박을 하기로 했다. 동료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통해 반감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로, 사실상 ‘당권 행보’ 수순에 들어갔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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