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 8곳 동시 핵타격력 과시… “핵실험 앞서 한미 간보기 도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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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도발]
北, 한미훈련 다음날 SRBM 8발 무더기 발사

한미 해군 연합훈련… 美항모 뒤따르는 한미 헬기 한미 해군 함정과 헬기 등이 4일 필리핀해에서 한미 해군 간 
항모강습단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미 해군이 사흘간 이뤄졌던 연합훈련의 마지막 날인 4일 훈련 사진을 공개하자 북한은 다음 
날인 5일 오전 탄도미사일 8발을 동해상으로 집중 발사하며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세 번째 도발을 감행했다. 사진 출처 미 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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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해군 연합훈련… 美항모 뒤따르는 한미 헬기 한미 해군 함정과 헬기 등이 4일 필리핀해에서 한미 해군 간 항모강습단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미 해군이 사흘간 이뤄졌던 연합훈련의 마지막 날인 4일 훈련 사진을 공개하자 북한은 다음 날인 5일 오전 탄도미사일 8발을 동해상으로 집중 발사하며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세 번째 도발을 감행했다. 사진 출처 미 해군 홈페이지
북한이 5일 오전 평양 순안 등 4곳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8발을 동해상으로 집중 발사했다. 북한이 8발의 탄도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지난달 10일) 후에만 세 번째 미사일 도발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도중 배석해 이번 도발 내용을 보고받고 “한미 미사일 방어 훈련을 포함한 한미 확장억제력과 연합 방위 태세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라”고 지시했다. 북한이 한미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7차 핵실험까지 사실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만 남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반도 긴장 수위는 당분간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지난달 25일 ‘화성-15형’ 추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SRBM을 섞어 쏜 후 11일 만이다. 이번엔 오전 9시 8분경부터 35분 동안 집중적으로 4곳에서 다수의 SRBM을 섞어 쏘며 대남(對南) 동시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우리 군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에이태킴스(KN-24), 신형전술유도무기 등 SRBM 4종이 순차적으로 발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2∼4일 일본 오키나와 인근 해상에서 미 핵추진 항공모함까지 참가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맞불 도발’ 성격으로 풀이된다. 한미는 2017년 11월 이후 4년 7개월 만에 항모를 동원해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앞서 3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적절한 군사 태세 조정”을 언급하는 등 한미일이 잇달아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자 이에 반발한 북한이 최대 8곳의 대남 표적을 핵으로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실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군 당국자는 “용산 대통령실과 한미연합사, 평택 미군기지를 비롯해 유사시 미 증원 전력이 전개되는 항구와 공항 등을 가상 표적으로 삼았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국제사회는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노골적이고 반복적으로 위반한 북한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 4대를 4일(현지 시간)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전진 배치했다고 미 군사매체 ‘더 워존’이 보도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북한 도발에 대해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것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北, 순안-개천-동창-함흥서 2발씩… 전술핵 장착 가능한 KN-23 등 추정
용산 대통령실-한미연합사 사정권… 美 증원전력 전개되는 항구 등 타깃
北 ‘1k t 안팎 소형핵 완성 ’ 실험 임박
美 ‘죽음의 백조 ’ B-1B 4대 괌 배치… 핵실험땐 한반도 즉각 전개 가능성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사진 출처 노동신문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사진 출처 노동신문
북한이 5일 평양 순안 등 4곳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8발이나 연쇄 발사한 것은 한미일을 겨냥해 더욱 고도화된 대남 핵타격 능력을 재차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무력이 미 본토 및 한국 전역을 일제히 타격할 수 있고, 미국의 확장 억제로도 저지할 수 없을 만큼 위협적이라고 보여주기 위해 무력시위에 나섰다는 것. 동시에 윤석열 정부의 한미 및 한미일 대북 공조 강화 포석에 맞불을 놓으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美 항모 동원 한미 연합훈련 다음 날 동시 핵타격 능력 과시

이번 미사일 발사는 통상 1, 2곳에서 1∼3발 정도에 그쳤던 앞선 도발과 확연히 달랐다. 5일 오전 9시 8분부터 35분간 순안과 평안남도 개천, 평안북도 동창리, 함경남도 함흥 등 4곳에서 1곳당 2발씩 총 8발의 SRBM을 동해로 연거푸 쏜 것.

군 관계자는 “북한 곳곳이 한국을 초토화할 ‘핵타격 요새’임을 과시하는 한편으로 여러 곳에서 동시·연속 발사로 한미 요격망을 돌파하겠다는 의도”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도 복수의 장소에서 많은 미사일을 연속 발사할 경우 요격이 힘들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날 북한이 쏜 SRBM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에이태킴스(KN-24)를 비롯해 4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시험 발사한 신형전술유도무기 등 4종으로 군은 보고 있다. 북한이 이번에 쏜 SRBM은 모두 전술핵 장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8곳의 대남 표적을 선정해 일제 핵타격 능력을 과시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군 당국자에 따르면 이번 도발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과 한미연합사, 경기 평택 미군기지, 항구 등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2016년 3월 남한 지도를 펼쳐 놓고 미 증원전력이 전개되는 남한의 주요 항구를 핵타격 하는 내용의 SRBM 발사 훈련을 지도한 바 있다.

도발 타이밍도 용의주도했다. 2∼4일 일본 오키나와 인근에서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레이건함(10만 t급)과 한국 해군의 대형 강습상륙함, 이지스함 등이 참가한 한미 연합 해상훈련이 끝난 다음 날 바로 유례없는 ‘무더기 미사일 도발’에 나섰기 때문. 미 항모가 연합훈련에 참가한 것은 2017년 11월 이후 4년 7개월 만이었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두려워하는 미 전략자산이자 확장 억제력인 항모를 동원한 연합훈련에 북한이 강력한 견제구를 날린 것”이라고 했다.

이번 도발이 전술핵 배치를 위한 예정된 수순이라는 시선도 있다. 북한이 조만간 7차 핵실험을 통해 1kt(킬로톤·TNT 1000t의 폭발력) 안팎의 소형핵을 완성한 뒤 이를 SRBM 등에 장착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를 위한 준비 과정이라는 의미다. 군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한국 전역을 일제히 타격하는 SRBM에 핵을 장착해 다량 배치하면 한미 연합군의 재래식 전력을 압도하고, 미 확장 억제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계산”이라고 강조했다.
○ 핵실험 앞서 한미 반응 떠보기 위해 미사일 도발 나선 듯

북한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가속화되는 한미일 공조를 겨냥해 이번 도발을 통해 노골적인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도 보인다. 앞서 3일 성 김 미 대북특별대표는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 후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단기적, 장기적으로 적절히 군사태세를 조정하고, 동맹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력과 억제력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실험 등 ‘중대 도발’을 감행할 시 전략자산 전개 가능성 등을 시사한 것으로 문재인 정부 때보다 경고 수위를 끌어올린 것. 3국 북핵수석대표는 5일 북한 도발 직후에도 협의를 갖고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며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냈다.

일각에선 이번 미사일 발사가 7차 핵실험 준비를 끝낸 북한의 ‘간보기용 도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장 강력한 압박수단인 핵실험의 도발 효과를 극대화할 최적의 타이밍을 재면서 그에 앞서 미사일 발사로 한미의 반응을 떠보려고 했다는 것.

북한 핵실험이 임박함에 따라 미국은 B-1B 전략폭격기 4대를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군사매체 ‘더 워존’은 4일(현지 시간) 앤더슨 기지의 활주로 옆 주기장에 B-1B 4대가 자리 잡은 모습을 위성사진으로 전했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폭격기는 수백 km 밖에서 핵·미사일 기지와 지휘부를 정밀 타격하는 유도무기를 다량 탑재할 수 있다. 우리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핵실험에 나설 경우 B-1B 폭격기가 괌에서 한반도로 즉각 전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북한#srbm#핵실험#미사일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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