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성폭력 교수 옹호 탄원 참여…“방정치 못한 여성 태도 때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7일 1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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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2.4.14/뉴스1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2.4.14/뉴스1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한국외국어대에서 발생한 성폭력 교수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 제출했던 대학 처장단의 탄원서에 ‘피해 여성의 방정치 못한 태도 때문’이라는 내용이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후보자는 탄원서 제출 당시 한국외국어대 교무처장이었다.

27일 국회 교육위원회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08년 12월 한국외국어대 처장단이 제출했던 성폭력 교수 옹호 탄원서에는 ‘해당 교수는 피고인의 행동과 몸가짐이 민망해 문제의 발언을 한 것’이라고 적혔다. ‘이 사건으로 상처를 입은 사람은 성희롱을 투쟁 전략의 일환으로 간주했던 피고인일까, 방정치 못한 품행을 꾸짖다가 성희롱으로 왜곡되는 바람에 어이없는 누명을 쓰게 된 교수일까’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시 소송은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한 여성 노조원에게 “가슴 보이니까 닫고 다녀라”라고 말한 데서 시작됐다. 노조원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고, 인권위가 2007년 해당 교수 언행에 대한 시정조치를 권고하자 교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당시 한국외국어대 처장단은 탄원서를 제출했다. 강 의원은 “탄원서 내용은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나 다름없다”며 “김 후보자의 인식과 가치관을 보면 사회부총리로서 역할을 잘 해낼지 우려된다”고 부장했다.

김 후보자는 탄원에 참여한 의혹을 해명하며 거짓말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한국외국어대 총장이던 2018년 11월 학생들로부터 “성폭력 교수 사건 탄원서에 당시 교무처장이던 총장도 참여한 것 아니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김 후보자는 “2009년부터 교무처장을 맡아 탄원서에 이름이 없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국회에 제출된 이력에 따르면 그는 2008년 2월부터 2010년 1월까지 교무처장이었다.

김 후보자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과 한국외국어대 총장을 겸직하며 두 기관의 법인카드를 쪼개서 결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김 후보자가 두 직무를 겸직하던 2020년 5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총 14건(681만8750원)이 같은 날짜와 장소에 법인카드 두 개로 각각 결제됐다.

예를 들어 김 후보자는 2020년 5월 20일 신세계조선호텔에서 대교협 법인 카드로 70만 원, 한국외국어대 법인카드로 48만 원을 결제했다. 집행 내역으로 김 후보자는 각각 ‘회원대학 및 유관기관 전문가 간담회’, ‘전현직 대학총장 간담회’라고 적었다.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모임에 법인카드를 나누어 결제한 내역들도 많다. 올해 2월 10일 김 후보자는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대교협 법인카드로 ‘회원대학 총장 면담’을 한다며 35만 원, 한국외국어대 법인카드로 ‘처장단 위로 모임’을 한다고 35만 원을 결제했다. 지난해 7월 29일에는 워커힐에서 대교협 법인카드로 ‘대학 기획처장단 면담’ 명목으로 17만1400원, 한국외국어대 법인카드로 ‘퇴임교수 위로 만찬’을 위해 23만9800원을 결제했다. 같은 해 6월 8일에는 서울 강남구 한 소고기집에서 ‘서울소재 4개 대학 총장 면담’과 ‘ROTC 동문 간담회’를 했는데 대교협과 한국외국어대 법인카드로 각각 23만 원과 20만3000원을 결제했다.

권 의원은 “법인카드 총액 제한을 넘겨 사용하기 위해 두 개 법인카드로 중복 결제를 한 것”이라며 “전형적인 업무추진비 부당 집행 수법을 사용한 장관 후보자가 막대한 국가 예산을 운용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대교협 관계자는 “우리는 당시 회장(김 후보자)으로부터 제출받은 영수증을 처리했을 뿐 모임 내용 등에 대해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김 후보자가 본인, 배우자, 아들딸 모두 미국 풀브라이트 장학재단 장학금을 받은 사실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고, “후보자가 한국풀브라이트 동문회장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가족이 수혜자로 선발된 과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건 근거 없는 의혹 부풀리기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외국어대 총학생회는 서울 동대문구 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자가 (총장으로서) 8년간 보여준 모습을 볼 때 교육부 장관으로서도 불통 행정이 반복될 것”이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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