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하며 마주 앉았다. 3·9대선 19일만으로,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회동 가운데 가장 늦은 만남이었다. 신구 권력은 만남을 앞두고 한 차례 회동이 결렬될 만큼 의제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진통도 컸다. 이런 사전 신경전이 반영된 듯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다소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시작했다. 이날 회동에는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 尹, 소상공인 손실보상 위한 추경 등 요청
이날 회동에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민생 현안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최근 경제 현안 등을 놓고 허심탄회한 대화도 오고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윤 당선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이 필요하다는 뜻을 문 대통령에게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에 반대하는 기획재정부를 문 대통령이 설득해달라는 취지로 설명을 했다는 것.
두 사람은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불거진 안보 위기 관련해서도 대화를 나눴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에 이어 향후 7차 핵실험에 나설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는 가운데 최근 정세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 것이다.
회동에서는 윤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계획에 대한 협조, 이명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 등에 대해 문 대통령에게 요청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날 만찬은 한정식으로 진행됐고, 만찬주로 레드와인(적포도주)이 곁들여졌다. 메뉴는 주꾸미·새조개·전복 등 제철 해산물 냉채가 마련됐다. 또 한우 갈비에 이어 금태구이와 생절이, 진지와 봄나물 비빔밥이 차례로 식탁에 올랐다. 비빔밥은 윤 당선인과 화합과 협치의 물꼬를 트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메뉴로 풀이된다.
● 文 “매화꽃이 폈습니다” 尹 “정말 아름답습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5시 59분경 청와대에 도착했다. 집무실이 있는 여민1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문 대통령은 차에서 내리는 윤 당선인을 보고 직접 마중 나가 악수를 나눴다. 윤 당선인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문 대통령을 향해 “잘 계시죠”라고 안부를 물었다. 그러면서 “이쪽 어디에서 회의한 기억이 난다. 대통령님 모시고 그 때…”라며 한때 함께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문 대통령은 만찬이 진행되는 상춘재로 이동하며 “여기가 우리(청와대) 최고의 정원이고 이쪽 너머가 헬기장이다”라며 녹지원 중앙에 있는 소나무를 가리켰다. 그러면서 “매화꽃이 폈다”고 말을 건넸고, 윤 당선인은 “정말 아름답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이 상춘재 현판(常春齋)을 가리키며 “항상 봄과 같이 아마 국민들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하자, 윤 당선인은 “네”라고 짧게 답했다. 문 대통령은 상춘재를 가리켜 “청와대에 이런 전통 한옥 건물이 없기 때문에 여러모로 상징적인 건물이다. 좋은 마당도 어우러져 있어서 여러 행사에 사용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 尹측 “민생만 얘기할 것” VS 文 “자랑스런 성과 부정 안돼”
이날 회동에 앞서 양측 메시지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윤 당선인 측은 민생 문제에 집중할 것임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반면, 청와대에선 현 정부의 성과와 통합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과의 회동을 4시간 앞두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의 부족한 점들 때문에 우리 국민이 이룬 자랑스러운 성과들이 부정돼선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역사가 총체적으로 성공한 역사라는 긍정의 평가 위에 서야 다시는 역사를 퇴보시키지 않고 더 큰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과의 회동을 직전에 역대 정부들의 성과와 통합을 집중적으로 언급한 것은 정권이 교체가 되더라도 현 정부의 성과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새 정부에서 이를 계승해달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이 탈원전, 여성가족부 폐지 등 현 정부 지우기를 시도하는 데 대한 비판적인 인식을 드러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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