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용산 이전’ 제동에…尹측 “정권 인수인계 협조 거부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1일 21시 18분


코멘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3.20/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3.20/뉴스1
“새 정부 출범까지 이전한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

“통의동에서 정부 출범 직후부터 국정 과제를 처리해 나갈 것이다.”(김은혜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

문재인 정부가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해 ‘안보 공백 우려’를 이유로 공식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신·구권력 간 대립이 벼랑 끝 대치로 치닫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공공기관 인사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이 결렬된 데에 이어 두 번째 정면충돌이다. 청와대가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예비비의 의결에 대해 ‘임기가 끝나는 5월 9일까지는 현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뜻을 분명히 하자 윤 당선인 측은 이를 정권 인계인수를 위한 ‘필수사항에 대해 협조 거부’로 규정하고 책임을 청와대로 돌렸다. 정권 교체를 50일 앞둔 시점에서 정권 이양에 빨간불이 켜진 모양새다.

● 靑, 尹 일방적 발표에 불쾌 기류도
청와대가 윤 당선인의 용산 이전 구상 발표 하루 만에 제동을 건 표면적 이유는 ‘안보 공백 우려’다. 북한이 다음달 한미연합훈련과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에 맞춰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집무실 용산 이전에 따른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연쇄 이동에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선 문 대통령 임기(5월 9일)가 끝나기 전 위기관리센터 등 청와대 내 안보시설을 이전하는 것에 서욱 국방부 장관과 원인철 합참 의장 등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수석이 “임기가 끝나는 마지막 날 밤 12시까지 국가 안보와 군 통수는 현 정부와 현 대통령의 내려놓을 수 없는 책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청와대는 “저희는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약속을 못 지켰지만 윤 당선인의 의지는 지켜지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뜻을 밝혔다. 하지만 윤 당선인이 청와대와 사전 조율 없이 전날 집무실 이전 계획을 브리핑한 데 더해 인수위 측에서 22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예비비 의결을 압박하자 불쾌해 하는 기류가 감지됐다.

● 尹 측 “정권 인수인계에 협조 거부” 격앙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의 제동에 격앙된 모습이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내일(22일) 용산 이전에 필요한 예비비가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 정부와 물밑 교감이 있는 듯 시사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청와대의 제동에 김 대변인은 입장문을 통해 “문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인 정권 인수인계 업무의 필수사항에 대해 협조를 거부하신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윤 당선인은 통의동에서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바로 조치할 시급한 민생문제와 국정 과제를 처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협조 거부’로 취임 전 용산 이전을 하지 못하더라도 청와대에서는 단 하루도 임기를 보내지 않겠다는 얘기다. ‘정권 이양에 협조하라’는 압박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인사는 “이럴 거면 왜 오전에는 협조한다고 했다가 갑자기 5시간 만에 안보 문제를 얘기하면서 돌변하느냐”면서 “신·구권력이 충돌하는 상황을 만든 건 문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양측이 벼랑 끝 대결을 벌이면서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로드맵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내부 우려도 나온다. 윤 당선인 측은 당초 4월 중 국방부를 합참 청사로 이전하고 리모델링 작업을 거쳐 이르면 5월 3일까지 용산 이전을 끝내는 안을 검토해왔다.

● 文-尹 회동 사실상 불투명해져

이번 주로 예상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도 불투명해졌다. 이철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실무협의를 재개했지만 사실상 좌초됐다. 청와대가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문제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으면서 회동 조율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집무실 이전이 회동의 핵심 의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청와대의 제동으로 회동이 무기한 미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