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을 계기로 국내 언론의 우크라이나 지명 표기 방법 문의 등이 잇따르자 우크라이나어 발음으로만 쓰거나 기존 러시아어 발음과 우크라이나어 발음을 병기하는 방식으로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즉, 그동안엔 우크라이나 수도명을 ‘키예프’로 표기해왔지만, 앞으론 ‘키이우’ 또는 ‘키이우(키예프)’로 표기하겠단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외국 수도 명칭의 국문 표기는 기본적으로 ‘외래어표기법’을 따른다”며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우크라이나 수도를 ‘키예프’로 표기해왔고, 이는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등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외래어표기법’을 보면 지명 등 고유명사의 경우 원지음에 따라 표기하는 게 원칙이지만, 제3국 발음으로 통용되고 있는 경우엔 ‘그 관용(慣用)을 인정한다’고 돼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어 발음에 가까운 ‘키예프’ 표기가 굳어진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1996년 헌법에서 ‘우크라이나어’를 공식 언어로 채택했고, 현지어 발음이 ‘키예프’와 다른 점 등을 감안해 우리 말 표기 변경을 국립국어원과 협의 중”이라고 부연했다.
국립국어원에선 ‘키예프’의 경우 ‘키이우’로 표기하자는 의견을 외교부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수십년 간 굳어진 우크라이나 지명 표기를 갑자기 변경할 경우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일단 기존 표기와 우크라이나어 발음 표기를 병기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정식으로 외국 지명 등에 대한 표기를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며 “잠정적으로나마 가능한 건 병기 방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어는 현재 ‘외래어표기법’이 정해져 있지 않다.
이런 가운데 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여러 지명이 침략국 러시아의 발음으로 한국에서 표기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커다란 상처와 아픔이 돼왔다”며 현재 국내에서 러시아어 발음으로 표기되고 있는 자국 지명을 우크라이나어 발음에 가깝게 표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대사관이 자국어 발음에 가깝다며 예시한 일부 지명 표기 중엔 우리 국어학자들 견해와 다른 사항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앞으로 우크라이나 측이 자국 지명 표기와 관련해 문서상으로 공식 요청해올 경우 국립국어원 ‘정부·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 심의를 거처 변경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에 동조하고,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강조하기 위한 취지”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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