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생가 찾은 尹 “김대중 DNA 담긴 민주당, 李가 망가뜨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3일 20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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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오후 전남 신안군 하의도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참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오후 전남 신안군 하의도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참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저나 국민의힘은 지금 ‘이재명의 민주당’보다 더 김대중 정신에 가깝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또 다시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소환했다. 이틀째 충남·호남 지역을 도는 ‘서해안 유세’를 이어간 윤 후보는 이날 보수정당의 대선 후보로는 처음으로 DJ 생가를 찾았다.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을 찾은 윤 후보는 전남 목포역 앞 유세에서만 DJ의 이름을 총 15차례 언급하며 호남 민심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

● 보수정당 후보로 DJ 생가 첫 방문


윤 후보는 18일에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다음날 경남 거제의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데 이어 이날 전남 신안군 하의도의 DJ 생가를 방문했다.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정치 보복을 하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인 DJ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전남 목포에서 1시간 20분가량 여객선을 타고 하의도에 입도했다. 이후 추모관에 마련된 DJ와 이희호 여사의 영정 앞에 헌화하고 15초간 묵념했다. DJ가 광주 망월동 5·18 묘역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진을 한동안 응시하기도 했다. 이어 생가를 둘러본 윤 후보는 방명록에 “김대중 정신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반한 국민통합 정신입니다. 위대한 정신입니다”라고 쓰고 “이 위대한 정신을 잘 계승해야 하겠다”라며 소회를 밝혔다.

이날 DJ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를 찾아서는 ‘김대중의 민주당’을 강조하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비판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여권 지지층 내 이탈표를 끌어안으려는 포석이다.

윤 후보는 초등학생 때인 1971년 신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DJ의 유세를 지켜봤던 추억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윤 후보는 “집 앞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대광고에서 열린 유세를 보러갔다”면서 “김 전 대통령께서 ‘썩은 정치를 갈아엎자’고 포효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윤 후보는 “김 전 대통령께서는 1998년 취임사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수레의 양쪽 바퀴, 동전의 양면이라고 하셨다”라며 “탁월한 현실인식을 가지고 외교도 현실주의 관점에서 국익 우선으로 추구해나갔다”라고 추켜올렸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의 DNA가 담긴 민주당을 지금의 이재명 민주당 사람들이 망가뜨리고 있다”고 직격했다.

특히 윤 후보는 “지금 민주당을 망가뜨린 사람들이 바로 이재명의 민주당을 구성하고 있는 주역들”이라며 “대장동 부정부패의 몸통, (성남)시장으로서 (대장동 사업을) 설계하고 추진하고 승인한 사람을 대선 후보로 내세운 민주당은 ‘김대중의 민주당’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에서 엄숙히 약속 드린다”면서 “이 윤석열 국민들의 정직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날 붉은 점퍼 대신 정장을 입고 등장한 윤 후보는 유세를 마친 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어퍼컷’을 네 차례 날렸다.

● 尹 “‘혼밥 안 하기’ 꼭 지키겠다”


윤 후보는 이날 동학농민운동 희생자들을 모신 전북 정읍의 구민사도 참배했다. 윤 후보는 “동학농민혁명은 권력층의 부정부패와 국민 약탈에 항거하면서 국민이 나라의 주인임을 일깨운 일대 사건”이라며 “비록 혁명은 실패했지만, 동학혁명의 정신은 지금도 면면이 우리 국민 모두의 가슴에 타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선대본은 “동학농민혁명의 기치는 ‘보국안민(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편안하게 한다)’”이라면서 “국민에게 부여받은 권력을 제 잇속 챙기는데 쓰는 사람이라면 리더로서 부적합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되면 ‘혼밥(혼자 먹는 밥) 안 하기, 뒤에 숨지 않기’ 이 두 가지는 꼭 지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활발한 스킨십과 당당한 외교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올리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해외에 나갔을 때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동포 여러분의 뿌리가 대한민국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운 세상을 만들겠다”며 “국내에서 군림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인정받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의 메시지는 이날부터 시작된 재외국민 투표를 겨냥한 것이다.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2월 중국 방문 당시 ‘혼밥’ 논란에 휩싸인 점을 고려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정읍·목포=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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