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대선의 여야 대진표 확정이 임박했지만 정작 여야 대선 후보들의 대표 공약은 보이지 않고 있다. 10일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대장동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국민의힘에서는 다음 달 5일 최종 경선을 앞두고 주자 간 네거티브 난타전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겠다며 나선 주자들이 각종 의혹을 떨쳐내지 못하거나 설화를 자초하면서 정작 향후 5년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
민주당은 10일 후보 선출을 끝마쳤지만 이 후보는 아직까지 ‘1호 공약’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 후보 측은 27일에도 고발 사주 의혹, ‘조폭 논란’과 관련한 공식 논평을 냈을 뿐 정책과 관련한 발표는 선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이 후보 측은 이날도 대장동 의혹 반박 자료를 냈다. 이 후보 측은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문제와 관련해 “(대장동 개발 관련) 공모지침서의 최종 결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아닌 황 전 사장”이라며 “황 전 사장을 대신해 유 전 본부장이 공모지침서를 확정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황무성 사임 압박 녹취록’ 등 추가 의혹들이 계속되자 그 대응에 집중하고 있는 것. 여기에 이 후보는 이날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을 만나는 첫 민생 행보 자리에서 ‘음식점 허가총량제’를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캠프는 뒤늦게 “고민했던 것은 맞지만 도입은 쉽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비판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다음 달 2일에야 비로소 당 선거대책위원회를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이 후보 측과 민주당이 공약을 가다듬고 있지만 유권자들에게 선보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역시 경선 주자들이 ‘고발 사주 의혹’, ‘개 사과 논란’ 등으로 극한의 상호 비방전을 벌이면서 공약 대결 등 정책 경쟁이 자취를 감췄다. 이날 열린 강원 지역 TV토론에서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 대한 다른 주자들의 의견을 묻자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왜 저한테 물어보시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홍준표 의원은 “참 딱하다고 생각이 되는 게 여기는 대선 토론장”이라고 응수했다. 원 전 지사는 홍 의원과의 설전 끝에 “토론에 답을 안 하고 인신공격 내지 비아냥으로 일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 관계자는 “경선이 임박하면서 각 주자 간 원색적인 비판이 오가다 보니 정책 토론이 불가능해진 것”이라며 “주자들의 대표 공약이 뭔지 각 캠프도 선뜻 꼽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설익은 정책 내놓고… 反문재인에 매달려
공방만 난무하는 대선
대선이 약 4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대표 정책 공약이 실종된 건 대선 주자들이 치밀한 준비 없이 설익은 공약을 내놓은 탓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재원 조달 방안 등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를 의식한 듯 이 후보는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부동산”이라며 “정책적 대안을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을 타파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외국인·법인의 토지거래 허가제와 공공의 개발이익을 공공에 쓰도록 한 ‘개발이익 도민환원제’ 등 경기도 부동산정책을 언급하며 “곧 대한민국의 표준이 될 정책 대안”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경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빈곤과의 전쟁과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정책으로 꼽고 있지만 야권 내에서조차 “지극히 원론적인 이야기”라는 반응이다. 여기에 다른 야권 주자들도 탈(脫)원전 정책 및 소득주도성장 폐지 등 ‘반(反)문재인’ 정책 방향에만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을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의힘 대선 주자만의 미래 정책 비전을 선보이지 못하면 내년 대선이 쉽지 않다는 위기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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