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만 난무하는 여야… 공약은 안보이는 대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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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영 청사진 제시 못하는 주자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앞줄 오른쪽)와 윤관석 사무총장을 비롯한 당직자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선승리를 기원하며 기념촐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앞줄 오른쪽)와 윤관석 사무총장을 비롯한 당직자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선승리를 기원하며 기념촐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대선의 여야 대진표 확정이 임박했지만 정작 여야 대선 후보들의 대표 공약은 보이지 않고 있다. 10일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대장동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국민의힘에서는 다음 달 5일 최종 경선을 앞두고 주자 간 네거티브 난타전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겠다며 나선 주자들이 각종 의혹을 떨쳐내지 못하거나 설화를 자초하면서 정작 향후 5년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

민주당은 10일 후보 선출을 끝마쳤지만 이 후보는 아직까지 ‘1호 공약’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 후보 측은 27일에도 고발 사주 의혹, ‘조폭 논란’과 관련한 공식 논평을 냈을 뿐 정책과 관련한 발표는 선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이 후보 측은 이날도 대장동 의혹 반박 자료를 냈다. 이 후보 측은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문제와 관련해 “(대장동 개발 관련) 공모지침서의 최종 결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아닌 황 전 사장”이라며 “황 전 사장을 대신해 유 전 본부장이 공모지침서를 확정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황무성 사임 압박 녹취록’ 등 추가 의혹들이 계속되자 그 대응에 집중하고 있는 것. 여기에 이 후보는 이날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을 만나는 첫 민생 행보 자리에서 ‘음식점 허가총량제’를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캠프는 뒤늦게 “고민했던 것은 맞지만 도입은 쉽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비판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다음 달 2일에야 비로소 당 선거대책위원회를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이 후보 측과 민주당이 공약을 가다듬고 있지만 유권자들에게 선보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27일 오후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윤석열(왼쪽부터)·원희룡, 이준석 당 대표, 유승민·홍준표 후보들이 강원도 춘천시 G1(강원민방) 방송국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강원 합동 토론회 시작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10.27. 뉴시스
27일 오후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윤석열(왼쪽부터)·원희룡, 이준석 당 대표, 유승민·홍준표 후보들이 강원도 춘천시 G1(강원민방) 방송국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강원 합동 토론회 시작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10.27. 뉴시스
국민의힘 역시 경선 주자들이 ‘고발 사주 의혹’, ‘개 사과 논란’ 등으로 극한의 상호 비방전을 벌이면서 공약 대결 등 정책 경쟁이 자취를 감췄다. 이날 열린 강원 지역 TV토론에서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 대한 다른 주자들의 의견을 묻자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왜 저한테 물어보시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홍준표 의원은 “참 딱하다고 생각이 되는 게 여기는 대선 토론장”이라고 응수했다. 원 전 지사는 홍 의원과의 설전 끝에 “토론에 답을 안 하고 인신공격 내지 비아냥으로 일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 관계자는 “경선이 임박하면서 각 주자 간 원색적인 비판이 오가다 보니 정책 토론이 불가능해진 것”이라며 “주자들의 대표 공약이 뭔지 각 캠프도 선뜻 꼽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설익은 정책 내놓고… 反문재인에 매달려
공방만 난무하는 대선


대선이 약 4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대표 정책 공약이 실종된 건 대선 주자들이 치밀한 준비 없이 설익은 공약을 내놓은 탓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재원 조달 방안 등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를 의식한 듯 이 후보는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부동산”이라며 “정책적 대안을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을 타파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외국인·법인의 토지거래 허가제와 공공의 개발이익을 공공에 쓰도록 한 ‘개발이익 도민환원제’ 등 경기도 부동산정책을 언급하며 “곧 대한민국의 표준이 될 정책 대안”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경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빈곤과의 전쟁과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정책으로 꼽고 있지만 야권 내에서조차 “지극히 원론적인 이야기”라는 반응이다. 여기에 다른 야권 주자들도 탈(脫)원전 정책 및 소득주도성장 폐지 등 ‘반(反)문재인’ 정책 방향에만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을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의힘 대선 주자만의 미래 정책 비전을 선보이지 못하면 내년 대선이 쉽지 않다는 위기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공방#여야#공약#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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