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 확장 공사…핵무기용 25% 증산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7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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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우라늄 농축 시설을 크게 늘리려는 징후가 포착됐다. 원심분리기 1000개가 들어갈 만한 시설 확충에 들어간 흔적이 위성 사진을 통해 포착된 것. 원심분리기 1000개는 영변에서만 핵무기 원료인 고농축 우라늄(HEU)을 25% 가량 더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북한이 최근 순항, 탄도 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핵 시설 가동 움직임까지 본격화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더 높아지는 양상이다.

16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는 ‘맥사테크놀로지’가 최근 영변 핵시설을 촬영한 위성사진들을 비교 분석했다. 위성사진에 따르면 우라늄 농축시설로 알려진 건물은 알파벳 ‘U’자 모양으로 돼 있는데, 지난달 3일까지만 해도 이 건물의 가운데 부분은 나무가 있고 잔디까지 깔린 공터였다. 그러나 이번 달 1일 촬영 사진에선 나무가 잘려져 있었다. 또 2주 가량 지난 14일에는 가운데 빈 공간의 바깥쪽 부분에 외벽이 생겨 양쪽 건물과 연결됐고, 기존 공터에는 건축자재 등으로 보이는 물체들이 들어섰다. 연구소는 이렇게 확장된 지역이 1000㎡에 달하고, 이는 원심분리기 1000개가 추가로 들어서기에 충분한 공간으로 봤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소장은 “이는 HEU 생산을 25%가량 증가시킬 수 있는 규모”라고 전했다.

북한은 영변의 5MW 원자로를 7월 초부터 2년 반 만에 재가동한 것이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 등을 통해 드러났다. 이번에는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HEU 생산량을 늘리려는 징후까지 포착된 것. 올리 헤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은 최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원자로를 통한) 플루토늄 생산은 대미(對美) 압박의 성격이 강하다”면서 “북한 핵물질 생산의 핵심은 우라늄 농축”이라고 밝혔다.

북한 영변 내 우라늄 농축시설은 북한이 2010년 미국의 핵물리학자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초청하면서 외부에 처음 공개됐다. 당시 헤커 박사는 “영변에 설치된 2000개의 원심분리기에서 연간 40kg 정도의 고농축우라늄(HEU)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2013년 북한이 영변 우라늄 농축 시설 규모를 두 배가량 확장하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영변에서만 최소 4000개의 원심분리기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최근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는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기존 원심분리기 4000개에 추가로 1000개 가량을 들일만한 공간까지 북한이 확보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북한이 5000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한다면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에서만 매년 핵폭탄 4개 분량인 90kg가량의 HEU 생산이 가능하다. 한미 정보당국은 영변이 아닌 강선 등 다른 지역에서도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HEU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문제는 우라늄 농축시설은 감시가 쉽지 않다는 것이 한미 정보당국의 고민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라늄 농축은 플루토늄 생산처럼 원자로 가동이 필요 없고 은폐도 쉬워 북한이 선호할 가능성이 큰 생산 방식”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우라늄 농축시설 확충 움직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밝힌 ‘초대형 핵탄두’ 개발과 관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전략적 과업으로 소형·경량화한 전술핵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개발 등을 언급했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소장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일단 핵무기로 사용 가능한 플루토늄과 우라늄 양부터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향후 대미(對美) 협상 등에서 유리한 자리를 점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핵시설 가동 징후를 노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미 노출된 영변 핵 시설의 가동 가능성을 보여줄수록 향후 협상 카드로 영변 핵시설의 몸값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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