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尹, 금방 정리” 발언 파문…尹캠프 “李, 선 넘어” 부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7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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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1.8.17/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1.8.17/뉴스1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이준석 당 대표가 내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금방 정리된다’고 말했다”고 17일 주장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당 대선경선 후보 토론회 무산과 이 대표의 윤 전 총장 관련 녹취록 유출 의혹으로 불거진 당 대표와 후보들간 갈등이 더 가팔라지는 양상이다. 당 안팎에서 질타가 이어지며 위기를 맞은 이 대표 리더십을 둘러싼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논란이 됐던 후보토론회를 취소하고 정견발표회로 대체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윤 전 총장 측이 정견발표회 참석에도 부정적인 데다 당 선거관리위원장 임명을 둘러싼 갈등도 분출 직전이어서 내홍이 이어질 전망이다.

● 李 “윤 전 총장 금방 정리” 발언 파문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윤 전 총장 정리’ 발언과 관련해 “(이 대표와 통화한) 원 전 지사가 ‘틀림없는 사실이고 이 대표는 자동 녹음되는 전화기를 사용하니 녹음파일이 있을 것 아니냐’고 얘기할 정도로 확인해줬다”며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에게) 일종의 경쟁의식을 느끼는 것인지 이유를 짐작할 수 없다. (당 대표의) 본분에서 벗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원 전 지사도 기자들과 만나 “(김 최고위원에게)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다. 팩트만 말했다”고 밝혔다. 원 전 지사는 “이 대표와 12일 통화를 했는데, ‘정리된다’는 말은 갈등이 정리된다는 게 아니라 후보로서의 지속성이 정리된다는 뜻”이라며 “제 기억과 양심, 모두를 걸고 책임질 수 있는 내용이다. 특정 주자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 부분은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원 전 지사는 또 이 대표가 통화 당시 “대정부 투쟁에 나서는 게 내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사실도 전하며 “불공정의 시비와 회오리 속에 당 대표가 있어서 너무 위험하다”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가 더 커지는 것 같아서 무거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고만 밝혔다. 윤 전 총장도 직접적인 대응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석열 캠프 내부에선 “이 대표가 선을 넘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이 대표가 원 전 지사와 통화한 시점(12일)은 캠프의 신지호 정무실장이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탄핵 가능성을 언급한 다음날”이라며 “이 대표가 우발적으로 한 발언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 발언을 하지 않았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침묵을 지켰다. 이 대표는 최고위 비공개 회의에서도 김 최고위원이 해당 발언을 했는지 묻자 “그런 취지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가 원 전 지사에게 한 발언은 대선후보들이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유권자들이 그걸 알아보고 당락이 결정될 거란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 ‘서병수 선관위원장’ 카드도 불씨


국민의힘은 이날 최고위에서 18일과 25일 2차례로 계획했던 경선 후보 토론회를 취소하고 25일 정견발표회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김기현 원내대표가 제시한 중재안을 최고위가 수용한 모양새를 갖추며 갈등 봉합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대선후보 경선을 관장할 선관위 출범이 23일에서 26일로 미뤄지면서 윤 전 총장은 정견 발표회 역시 불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 측은 “선관위가 구성되고 모든 후보 등록이 마무리돼야 토론회 등에 참석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도부가 대안으로 마련한 정견발표회 역시 선관위 출범 전에 열리는 것인 만큼 윤 전 총장이 참가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 대표가 자신의 비서실장인 서범수 의원의 형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을 선관위원장에 임명하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점도 갈등의 불씨다. 원 전 지사와 일부 최고위원들의 강한 반대에도 이 대표는 “중진 의원들이 각 후보 캠프에 합류해 있어 서 의원 외에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 전 지사는 이날 “서병수 선관위원장으로 가면, 모두가 (대선후보 경선에) 의혹을 갖고 불신할 것”이라고 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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