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한미훈련, 신중 협의” 모호한 태도…與의원 58명 “연기” 연판장

신진우 기자 , 최지선 기자 입력 2021-08-04 21:32수정 2021-08-04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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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군 주요지휘관 보고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2021.8.4/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압박 이후 사흘째 훈련 실시 여부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고수했다. 4일 서욱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를 청와대로 불러 주요 지휘관 보고까지 받았지만 훈련 시작 6일을 앞두고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

미 정부는 규모를 축소하되 예정대로 훈련을 실시할 것을 여전히 원칙으로 내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는 “한국으로부터 훈련 중단 요청이 없었다”고 밝혔다. 우리 군도 내부적으로는 미군과 훈련 관련 주요 지휘관 세미나를 여는 등 훈련 준비에 돌입했다. 정부 여권에서 훈련 연기론이 잇따르면서 ‘김여정 하명’ 논란이 남남갈등으로 번지고 있음에도 청와대가 북한을 자극하는 걸 우려해 우물쭈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여권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설훈 의원 등 민주당 의원 최소 58명이 연판장을 돌려 훈련 연기를 주장하는 공동성명을 5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가 연기에 선을 그었음에도 여권에서 연기론이 번지고 있는 것.

● 文, “신중히 미국과 협의하라”
문 대통령은 이날 서 장관을 비롯해 원인철 합동참모본부장, 각 군 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 등군 수뇌부로부터 △청해부대 34진 집단감염 후속대책 및 파병부대 방역대책 △공군 이모 중사 성추행 사망사건 후속대책 등을 보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절치부심하고 심기일전해서 분위기를 일신하고 신뢰받는 군으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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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수뇌부를 다 모은 자리였음에도 청와대는 문 대통이 훈련과 관련해 군의 공식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연합훈련은 오늘 (공식적인) 보고나 논의 주제는 아니었다”면서도 “서 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 등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방역 당국 및 미측과 협의 중에 있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미측과) 협의하라”라고만 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당국이 모든 상황을 검토해 결정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 청와대가 입장 낼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 “미 정부 원칙은, 훈련 예정대로”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부부장이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담화문을 발표한 가운데 2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상공에서 헬기가 비행하고 있다. 2021.8.2/뉴스1 © News1
김여정 담화 이후 당정에서 잇따라 훈련 연기론에 불을 지피고 있음에도 청와대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건 북한의 훈련 중단 요구에도 미국이 훈련 실시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결국 한미 협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미 정부의 원칙은 훈련을 예정대로 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남북 관계를 이유로 급박하게 훈련 일정을 연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국방부 존 커비 대변인도 3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한국의 훈련 중단 요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그는 김여정 담화를 봤다며 “위협에 직면한 한반도에서 적절하게 훈련되고 대비태세를 갖추는 것, 동맹인 한국과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는 것은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고 강조했다.

군은 이날도 10일 사전연습 성격의 위기관리참모 훈련부터 시작되는 한미 훈련 준비를 계속했다. 군 관계자는 “지금까지 적어도 군 당국 차원에선 미국 측에 연기나 중단을 요청한 적도 없고 요청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원 의장과 폴 러캐머러 한미연합사령관이 주관하고 합참, 한미연합사 주요 지휘관들이 참석한 ‘21-2 연합 지휘소 훈련(CCPT)’ 관련 세미나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열려 훈련 세부 계획을 토의했다. 군 관계자는 “사실상 훈련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30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 통화에서 “한국의 방역지침을 존중하나 정상적으로 훈련이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통일부, 대북지원에 수십억 지원 예상
통일부 © 뉴스1
통일부는 이르면 다음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을 열고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협력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규모 있게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최소 수십억 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기 위해 교추협이 열리는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1년 만이다. 9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발생 이후 교추협 차원에서 대북 인도협력 사업 지원은 논의되지 않았다. 대북지원 민간단체 관계자는 “통일부가 (통신선 복원 이후) 기존보다 긍정적인 태도로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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