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대화냐 대결이냐! “먼저 성의 표시하라”[화정안보포커스]<12>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30일 10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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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김정은 탐색전 끝내고 본격 기싸움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

김정은이 최근 미국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 놓으면서 한반도 안보 정세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그런데 또 대화에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잇따라 내 놓아서 혼선을 주고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약 5개월 여 지나서 북한과 미국이 서로에 대한 탐색전을 끝내고 기 싸움을 본격적으로 벌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화정 안보 포커스는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님을 모시고 북미 간 대화 분위기의 실체가 무엇인지 말씀을 듣겠습니다.

Q. 안녕하세요.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대미 정책과 관련해서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가 되어있어야 된다’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김정은이 직접 대미 정책과 관련해서 언급을 내 놓았는데 대결 대화 두 가지가 있었지만 대화 쪽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들을 하고 있습니다.

A. 예, 우리 사회 일각에서 그렇게 해석들을 하고 있는데 북한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는 것은 사실 북한의 기존 입장입니다. 지난 2019년 8월 당시 북한 외무상이 리용호였거든요. 리용호가 외무상 담화를 발표하면서 ‘우리는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가 되어있다’ 이렇게 이야기 했었고, 그해 11월 당시 (북한)국무위원회의에서도 대변인 담화를 통해서 ‘우리는 대화는 대화로, 힘에는 힘으로 대응한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서 이것이 결국 북한의 기본적인 입장인데 이번에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이 직접 이야기를 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많은 분들이 김정은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니까 대화에, 앞쪽에 방점을 두고 이렇게 해석을 하시는데 사실 김정은 말을 그대로 다 살펴보면 ‘대결할 때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대결에다 부연 설명을 했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대화보다는 대결에 방점이 찍힌 김정은의 발언이었다고 해석을 합니다. 그리고 대화를 얘기하는데 지금 북한도 대화를 얘기하고 미국 바이든 정부도 대화를 얘기하고 있는데, 저희가 잊어서는 안 될 것은 양측의 대화라는 똑같은 얘기를 하지만 그 내용과 질은 ‘완전히 다르다’ 라는 것의 저의 생각입니다.

북한이 얘기하는 대화는 미국과 대화를 할 때 지금 자기네들이 가지고 있는 핵 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받는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고 반면에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기본적으로 단기적으로는 군사적인 긴장을 완화시키고 중장기적으로 북한 핵을 완전히 폐기시키는 그런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대화의 목표, 방향, 지향성 그 내용이 다른 대화를 피차가 얘기하고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Q. 네, 그렇군요. 대화와 관련된 분석들을 제가 많이 봐가지고 그 쪽 방점에 찍힌 질문을 드렸었습니다. 지금 원장님이 말씀을 하셨지만 1월 달에 김정은의 워딩, 강경한 자세와 비교를 해보면 그래도 무엇인가 변화가 있다는 분석이 가능할 것 같아서, 그래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바이든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 나름대로 판단을 끝내고 이런 정도는 얘기할 수 있다라는 그런 판단이 나온 것인지 궁금합니다. 또 한 가지 최근 보도 중에서 ‘북한이 군량미를 풀어서 식량난을 해결 한다’ 그런 뉴스가 마침 이런 언저리에 나오니까 혹시 그런 것하고 관련이 있을까요.

A. 예, 저도 동의하는 것이 일단 북한이 이렇게 대화와 대결을 동시에 얘기한 배경에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와 판단이 끝났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 겉에서 진행되는 형국을 보게 되면 어느 쪽이 대화에 매달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드세요. 북한이 매달리고 있습니까, 미국이 대화에 매달리고 있습니까. 적어도 겉으로 드러나는 모양새를 보면 미국이 대화에 매달리고 있지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두 차례나 대북정책 입장을 전하니까 ‘접수했다 알았다’ 그 다음에 좋은 신호가 있다고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 안보 보좌관이 이야기를 하니까 ‘헛꿈꾸지 마라’ 뭐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서 지금 몸값을 불리고 상대를 초조하게 만들어 나가는 쪽은 북한입니다. 오히려 지금 겉으로 보기에는 미국 측이 대화에 아주 초조해하고 대화를 해야겠다는 조바심 상태에 놓인 것이 미국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거든요.

이것은 왜 그러느냐 하면 지금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지난번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공개적으로 몇 차례 이야기를 해서 윤곽이 들어났잖아요. 트럼프도 아니고 오바마도 아니고 우린 중간 단계다. 타협할 수 있다. 실용적이고 점진적으로 나아가서 북한이 (핵을) 좀 줄여주고 우리도 제재를 줄이고 해서 타협할 수 있다. 소위 컴프로마이즈(Compromise·타협)를 추구하는 것이 중간단계의 합의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이것은 서양식의 상당히 합리적인 사고 방식에서 나오는 접근 방법인데 문제는 합리적이고 굉장히 대단히 이성적인 접근 자체는 북한의 협상 전략가들에게는 먹이를 던져주는 것과 다름이 없다. 북한은 서양식의 사고방식,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항상 잘 요리하면서 지난 30년간을 지내왔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아마 김정은은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겁니다. ‘아 얘들도 걸려들었네 우리가 시간 끌면서 우리 입맛대로 요리하면 되겠네’ 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의 반응이 쉽게 나오지는 않는데 시간이 지나가면서 아마 제 개인적인 생각은 연말 전에는 북한 쪽에서 수를 던지게 될 것이고, 최대한 바이든 행정부를 조바심 나게 만들겠지요. 그러다 하나 딱 던지면 덮석 물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저는 보고요.

식량, 군량미를 풀었다는 얘기는 북한 당국이 과거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거나 크게 자연재해가 있거나 할 때는 비상식량으로 보관하고 있던 군량미를 푼 전례가 많이 있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군량미를 풀었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만큼 북한의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것인데 그것은 제재로 어려운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때문에 국경이 사실상 봉쇄가 되어서 들고나는 물량이 없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경제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또 최근에 작년 올해 기근도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환경도 좋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상당이 어려운 것은 맞다. 그런 차원에서 군량미를 풀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Q.방금 원장님이 말씀을 해 주셨는데 제가 정리하는 차원에서 다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김정은이 대화를 언급을 하니까 (미)백악관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흥미로운 신호’ 이런 표현을 했고, 최근에 한국을 방문한 성 김 미국 북한특별대표도 ‘긍정적인 대화 신호가 있기를 기대한다’ 이런 기대 섞인 발언을 하니까 북한의 김여정이 ‘꿈보다 해몽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또 하루 지나서는 리선권 (북한)외무상이 아예 훨씬 더 직접적으로 ‘우리는 미국과 그 어떤 접촉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런 식으로 잘라서 부인을 했습니다. 무엇인가 저희는 모르는 물밑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것이 그런 워딩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A. 예, 그렇습니다. 지금 대화를 놓고 서로 밀고 당기기를 하는 것인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금 대화에 목을 매는 쪽이 미국이기 때문에 지금 이 국면 자체가 미국 쪽에 유리하지 않게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저는 볼 수 밖에 없고요. 사실 성 김 씨를 북한 특별대표로 임명을 했지 않습니까. 인도네시아 대사를 하는 사람을. 그분이 과거에 북핵 협상 경험을 했었고, 주한미국 대사를 해서 우리 일각에서는 상당히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데, 북한 핵문제 역사를 쭉 봐왔던 저의 입장에서는 크게 기대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성 김이라는 분은 과거 부시 행정부와 아들 부시 행정부 때 북한 핵문제를 담당하면서 (북한) 영변에 가서 북한이 냉각탑 폭파하면서 핵을 포기한다는 쇼를 했지 않았습니까. 그 쇼를 할 때 그 현장이 있던 당사자가 거기서 박수를 쳤던 사람이 성 김입니다.

북-미 대화 분위기 관련 6월 중 나온 엎치락 뒷치락 발언
17일 김정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회의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돼 있어야 한다”

18일 청와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해야 할 때”
20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흥미로운 신호” “협상을 시작하자는 신호 를 기다리고 있다”
21일 방한한 성 김 대북특별대표 “북, 조만간 긍정적 대화 회신 기대”

22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꿈보다 해몽이다” “잘못된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 뜨리게 될 것”

22일 미 국무부, “북한과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희망한다”

23일 리선권 외무상 담화, “미국과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Q. 북한에 말린 경험이 있다는 말씀이지요.

A. 예 그렇지요. 그리고 나서 이 분이 미국에 돌아와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해 주었어요. KAL기 폭파를 계기로 해서 미국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었는데 이것을 해제시켜준 사람이 사실상 성 김이기 때문에 북한의 입장에서는 다시 말씀드리지만 성 김도 한 번 요리가 되었던 상대 아닙니까. 그러니까 훨씬 편안 상대라고 볼 수 있는 거지요. 저는 어떻게 보면 미국 정부가 새로운 행정부인데, 이 새로운 행정부가 북한 핵을 제대로 해결 할 정말 강력한 의지와 희망, 그런 것 그런 전망 이런 것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이 들고 오히려 이것을 그냥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니까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게 관리하는 쪽으로 지금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 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의 모습.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 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의 모습.

Q. 방금 마지막 즈음에 제가 별도로 준비했던 질문에 대한 답의 일부를 해주셨는데 사실 많은 사람들이 최근 국면을 볼 때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아무런 변화가 없지 않습니까. 오히려 핵보유국 지위를 더욱 더 굳히려고 하고 시간을 끌면서 핵무력 강화라는 오랜 전술을 또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그대로 드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대화 분위기가 솔솔 일어나고 있는 것이 원장님 이야기를 들으니 이해가 됩니다.

A. 과연 북한정권이 핵을 포기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 핵 포기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에 대해서 사실 우리 속담에 ‘민심이 천심’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일반 서민들 외교 안보를 모르는 일반 국민들이 더 정확한 판단을 하고 계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 국민 여론 조사를 보면 국민 10명 중 9명은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믿지 않습니다. 오히려 소위 정부 당국자라든가 전문가라든가 이런 사람들이 ‘이렇게 하면 비핵화가 되고 요렇게 하면 비핵화가 될 것이다’ ‘이렇게 밀어 붙이면 된다’라는 식으로 비핵화 가능성을 얘기하지 일반 국민들은 별로 관심도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미 이 문제는 핵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완성된 핵을 쥐고 있는 해당 국가의 핵을 포기시키는 것은 어떠한 형태로든 불가능합니다. 단 하나 그 나라 스스로 변해서 스스로 무장해제 하기 전까지는 어렵거든요. 외부 압력으로는 당근이 되었든 채찍이 되었든 어렵다는 것이 역사적인 사례이기 때문에 이런 대화의 분위기가 있는 것은 나무랄 것은 없습니다. 전쟁 중에도 대화를 한다고 북한이 핵을 폐기하던 안 하던 대화를 통해서 긴장을 완화시키고 관리를 하고, 상대 의도를 파악하고 설득하고 유도해 나가고, 북한 당국 뿐 만 아니라 이런 대화의 메시지를 통해서 북한 주민들도 변화시키고 이러한 전체적인 노력은 필요하지만 마치 ‘대화를 하면은 북한이 곧 핵을 포기할 것이다’라는 잘못된 환상을 우리 국민들에게 더 이상 심어주어서는 안 된다. 문제는 그런 환상을 심어주게 되면 국민들은 ‘아 대화를 조금만 더 진행되면 (비핵화가)되는구나 이제 해결되겠네’ 하다 보면 지금 막상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북한의 핵을 핵 위협에 대해서 우리가 실제적으로 대응하고 준비하고 우리를 방어할 수 있는 보호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 준비를 못하겠끔 되어버리고 우리가 지난 30년을 그런 식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이제는 우리도 대북 전략, 북핵 정책도 바꿔서 ‘북한 핵은 단기간내에 폐기할 수 없다’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가지고 저것(북핵)을 관리해 나가면서 점진적으로 시간을 두고 인내심을 가지고 폐기해 나가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되겠다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Q. 지금 원장님께서 말씀하신 것도 그렇고 대화를 언급해도 섣부를 기대를 갖기는 어려운데 이번에도 김정은 메시지가 나오자마자 청와대 관계자 멘트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개해야 된다’ 언급이 나온 것을 보면 문재인 정부가 임기가 많이 남아 있지 않은데 임기 중에 뭔가 남북관계에서 어떤 성과를 내고 싶은 희망사항도 있을 것이고 현 정부에서 내는 환영 분위기가 조금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측면이 있습니다.

A. 협상의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위험하죠. 시간은 지금 북한의 편이거든요. 이 정부는 1년도 안 남은 정부고, 바이든 정부도 4년도 안 남은 정부입니다. 독재정권의 입장에서는요. 그렇기 때문에 내 임기 내에 무엇을 하겠다는 조바심이 클수록 오히려 상대인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죠. 사실 1년도 안 남은 이 시점에서는 대북 협상차원에서 무모하게 무엇인가를 크게 던지려고 해서는 안된다. 던지지 않는 것이 국가 이익에 부합하고 우리 국민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서는 정부도 상당히 주의를 해야 하고 우리 국민들도 경각심을 가지고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원장님이 여러 번 강조를 해 주신 것처럼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진정성이 없는 데에도 불구하고 변화에 대한 기대가 신기루처럼 잠시 일어났습니다. 냉정하게 현실 파악을 하고 준비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바쁘신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윤융근 화정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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