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모든 시계는 7월 1일을 향해 간다[김기용 기자의 우아한]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입력 2021-06-23 10:12수정 2021-06-2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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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이 7월 1일을 향해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주요 행사나 발표 등은 대부분 7월 1일을 위한 것들이고, 심지어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큰 사건들도 7월 1일과 연계돼 해석되고 있습니다. 7월 1일은 중국에서 말하는 ‘두 개의 백 년’ 중 첫 번째인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입니다. 또 다른 백 년은 2049년 10월 1일인 건국 기념일입니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로고.


“공산당이 없으면 신중국도 없다(沒有共産黨, 就沒有新中國).”

최근 중국 전역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문구입니다. 만일 지금 중국이 북한과 같은 빈곤한 사회주의 국가 신세를 면치 못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구호죠. 중국공산당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을 건국할 당시만 해도 ‘병든 공룡’ 이었던 중국을 이제는 미국과 맞먹는 패권국으로 성장시켰습니다. 말 그대로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상황에서 창당 100주년을 맞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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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기념식 본격 준비
중국은 기념식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행사가 치러지는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은 6월 23일부터 7월 1일까지 폐쇄됩니다. 톈안먼 광장 뒤에 있는 유명한 관광지인 구궁(故宮·자금성)도 26일부터 문을 닫습니다.

기념식 당일인 1일에는 톈안먼 광장 인근에서 축하 공연단 행진, 군용기 축하 비행이 펼쳐집니다. 사전에 비공개로 치러진 예행연습에는 1만 4000여 명이 참가했습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중국 공산당의 업적에 대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이 될 전망입니다. 과거 90주년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공산당 내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했고, 80주년 당시 장쩌민(江澤民) 주석은 중산층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중국 내부용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었죠. 하지만 이번에 시 주석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와는 전혀 다른 중국 공산당의 우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에 서방의 잣대를 대지 말라는 말도 할 것입니다. 시 주석이 늘 강조해 왔던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다시 한 번 얘기할 것으로도 보입니다.

대형 행사를 앞두고 축제 분위기를 흐리지 않도록 사회 통제 분위기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베이징 주재 한 한국 특파원은 최근 친구와 자금성에 관광 갔다가 경찰에 2시간 이상 붙잡혀 있기도 했습니다. 외국 기자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베이징 공항은 안전 검사를 강화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베이징 유흥업소에는 영업 자제령이 떨어졌고, 경찰은 음주단속도 지속적으로 펼칠 예정입니다.

●우주 성과, 늑대외교 등에 열광하는 중국
100년 째 7월 1일을 맞는 중국 공산당은 모든 역량을 이 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17일 승무원 3명을 태우고 우주에 쏘아 올린 선저우(神舟) 12호도 공산당 창당 100주년에 맞춰진 프로젝트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선저우 12호에 탑승한 승무원 3명은 중국이 독자적으로 만드는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됩니다. 발사 6시간 32분 만에 우주 궤도에 진입해 우주 정거장 핵심 모듈인 톈허(天和)와 도킹에 성공했습니다. 우주인이 된 승무원들은 3개월 동안 우주선 수리·보수, 설비교체, 과학실험, 우주유영 등을 하게 됩니다. 이들은 7월 1일을 우주에서 맞게 되는데, 중국 공산당의 역량이 우주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사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17일 우주 정거장 핵심 모듈인 톈허(天和)와 도킹에 성공한 후 지구로 보내 온 중국 우주인 3명의 모습. 중국중앙(CC)TV 화면 캡쳐


중국이 건설하는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톈궁은 2023년말 까지 완성될 예정입니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 등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국제 우주정거장 ISS가 2024년까지만 운영될 예정이어서 중국 우주정거장이 예정대로 완성되면 당분간 지구 궤도에 있는 유일한 우주정거장이 됩니다. 아직까지 중국 외에 우주정거장을 건설할 다른 나라는 없는 것으로 보여 중국의 두 번째 백 년인 2049년까지 우주에는 중국의 우주정거장만 남게 될 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 집권 이후 외교 분야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전랑(늑대전사·戰狼) 외교’도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중국인들의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전랑 외교’는 중국 외교관들이 상대국을 향해 늑대처럼 힘을 과시하며 공격적인 외교전을 펼친다는 뜻으로 중국 매체와 커뮤니티에서 쓰기 시작한 용어입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중국에 대한 공세에 전랑 외교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공세적으로 나오는 주요 7개국(G7)을 121년 전 중국을 침략한 8개국 연합군으로 바꾼 사진은 전랑 외교의 일환입니다. 이 사진은 중국에서 크게 회자됐는데 이 사진을 본 중국인들은 ‘G7은 곧 중국 침략국’이라는 인식을 갖게 됐습니다. 실제로 G7 나라 가운데 캐나다를 뺀 6개 나라는 120년 당시 중국을 침략한 것은 사실입니다.

5월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담 기념사진을 1900년 베이징을 함락한 8개국 연합군으로 풍자한 사진. 이 사진은 중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많은 중국 젊은이들에게 서방 세계에 대해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바이두 캡쳐


외교관들이 이런 사진을 공유하는 것은 외교적 결례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개의치 않습니다. ‘사방에 적을 두는 것은 외교의 실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외교로 중국의 힘을 과시해 젊은 층의 마음을 얻고 내부 결속을 꾀할 수 있다는 점은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는 성공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커지는 빈부격차, 기회의 불공평 반드시 터질 불안요소
중국 공산당이 내부적으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불안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것이 탕핑(¤平)주의입니다. ‘탕핑’은 말 그대로 바닥에 눕는다는 뜻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산다는 의미죠. 한국에서 삼포족(연애·결혼·출산 포기)이나 오포족(취업·결혼·연애·출산·내 집 마련 포기)과 똑같은 젊은층입니다. 중국 공산당 내에서는 “인구 감소보다 더 무서운 건 바로 자포자기한 중국 청년들이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중국에서 탕핑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그림. 삶의 모든 것을 자포자기한 젊은이들을 탕핑족이라고 말하는데, 그림 속의 문구는 “나를 일어나게 하려고? 이번 생에서는 불가능하다”라는 뜻이다. 바이두 캡쳐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서는 ‘탕핑이 바로 정의다’라는 글도 올라와 화제가 됐습니다. 이 글을 쓴 20대 청년은 자신이 2년간 안정적인 직장도 없는 상태에서 매달 200위안(약 3만 5000원)으로 생활할 수 있었던 비법을 공개했습니다. 그는 “열심히 일해도 결국 사회시스템과 자본가의 노예가 되어 매일 996 근무(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간 근무)를 하면서 착취만 당하고 결국 남는 건 병 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탕핑주의 풍조가 사회 전반으로 퍼질까 두려워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들의 불만은 언제든지 공산당을 향한 반체제, 저항 운동의 불꽃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는 ‘탕핑’의 뒷글자인 ‘핑’을 시진핑이라고 본다면 ‘시진핑을 쓰러뜨리다’라고 해석될 수 있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자신들의 지지 세력이라고 믿었던 젊은층이 탕핑을 앞세워 한 순간에 반공산당 세력으로 뒤바뀔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7월 1일, 창당 100주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국 공산당이 젊은이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어떤 비전과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 지 우리도 주의 깊게 지켜볼 일입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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