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 세대 건설, 우린 죽었습니다” 평양에서 온 편지[주성하의 北카페]

주성하기자 입력 2021-03-28 09:00수정 2021-03-2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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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김정은이 주택 건설에 정신이 완전히 꽂혔습니다. 25일 고위 간부들을 우르르 데리고 평양 보통문 주변 강안지구 주택단지 부지를 시찰했습니다. 이곳에 호안다락식주택구를 건설한다고 합니다.

김정은은 23일에도 사동구역의 송신지구와 송화지구 착공식에 참석했습니다. 강안지구와는 별개로 올해 1만 세대를 짓고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1만 세대씩 모두 5만 세대를 짓겠다고 합니다. 김정은은 착공식에서 한 연설에서 “이미 건설 중에 있는 1만6000여 세대의 살림집까지 포함하여 거의 7만 세대의 살림집이 생겨난다”고 밝혔습니다.

평양에 앞으로 5년 안에 7만 세대가 건설되면 세대 당 식구를 4명으로 계산해도 28만 명이 살 수 있는 아파트가 새로 건설됩니다. 평양시 인구가 25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28만 명이면 10% 이상이 살 수 있는 규모로 매우 방대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알기 쉽게 서울과 비교해보면 서울 전체 주택수가 350만 채인데, 10% 이상이면 대략 40만 세대가 신규 건설되는 셈입니다. 이번 ‘2·4부동산대책’에서 서울에 32만 세대를 공급하겠다고 하는데, 그것보다 더 큰 대책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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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김정은은 평양시 주택난을 완전히 풀겠다고 호언장담하고 나섰습니다. 사실 매년 1만 세대 건설은 엄청난 숫자입니다.

김정은 시대 들어 평양에 건설된 가장 대표적 거리가 미래과학자거리와 여명거리입니다. 그런데 미래과학자거리는 2500세대, 여명거리는 4800세대 규모입니다. 즉 김정은은 매년 미래과학자거리와 같은 규모의 거리를 4개씩, 여명거리와 같은 규모의 거리를 2개씩 건설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렇게 방대한 건설을 5년 내내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대규모 주택단지들이 건설되면 평양시민들은 환영할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김정은이 1만 세대 건설을 선포한 다음날 평양시민인 한 간부가 저에게 연락을 해왔습니다. 눈앞이 새까맣다는 겁니다. 그가 저에게 한 이야기를 그대로 한번 옮겨보겠습니다.

“저 건설에 이제부터 백성들의 등껍질이 또 벗겨지게 생겼습니다.

지금까지 미래과학자거리, 창전거리, 려명거리 건설 방식을 보면 한결같이 똑같았습니다. 기본 골조공사까지만 전문 건설부대가 동원되고 마감 미장부터 마무리까지는 또 성·중앙기관들에 나눠줄 것입니다. 이 나누기가 그대로 주민들의 동원과 세금으로 연결됩니다. 아주 전통적인 건설 모델인 것입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주택뿐만 아니라 발전소 건설, 공장 건설 등 북에서 뭘 하는 것을 보면 다 기업소별로 나누기입니다. 그리고 그 참가 정형을 통해 충성심을 평가한다면서 수탈을 시작합니다. 그러다 여론이 나빠지면 누가 세외(稅外) 부담을 시키라고 했냐며 누굴 또 처형시키겠죠.

이번에 건설하는 규모면 성 단위로 건설상무 기구를 조직하고 교대제로 돌격대 동원과 지원이 진행돼야 합니다. 이렇게 5년 동안 진행하면 백성들에게 뭐가 남아날지 걱정입니다. 가뜩이나 재앙들이 겹쳐 국고도 텅 비었는데, 이 건설 때문에 백성들에게 가해지는 부담만 엄청나게 커지게 될 겁니다. 빨치산의 후손들이라 시원시원한 정규전은 못하고 유격전에만 재미 들였는지, 국가시스템은 안 바꾸고 편법으로 다 해결하려 하네요. 정말 나라에서 하는 꼴이 눈이 감기고, 앞으로 나와 가족들이 고생할 것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와 이렇게 하소연해봅니다.”

저는 이 간부의 이야기가 100% 이해됩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잘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아 평양에서 거리를 어떻게 만드는지 설명해보겠습니다.

우선 김정은이 특정 지역을 지정하며 여기에 거리를 조성하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군부대 등을 투입하라고 지시합니다. 그런데 군인들은 지방에서 올라와 평양에 천막 등을 치고 임시로 거주하는 인력들입니다. 이들은 늘 허기에 시달립니다. 밥을 충분히 주지 않기 때문이죠. 북에선 군인을 ‘허가받은 강도’ ‘허가받은 도둑’이라고 합니다. 떼를 지어 가정집을 습격해 훔쳐 가는데, 워낙 무리로 움직이다보니 잡기도 어렵고, 또 겨우 잡아도 처벌도 잘 되지 않습니다.

이런 실정이니 평양에 너무 많은 군인들을 투입하면 치안이 마비됩니다. 그래서 적당한 인원만 동원하고, 나머지는 평양시민들을 노력 동원시켜 인력 문제를 건설합니다.

김정은이 엄청난 규모의 주택단지를 짓는다고 호언장담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1년 5월에도 ‘수도 10만 주택 건설’을 내걸고 시민 총동원령‘이 떨어졌습니다.

이때는 특히 대학생들이 고생을 했습니다. 당시 평양엔 22개 대학이 있었는데, 대학들이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교원과 학생들은 능라도유원지, 창전거리, 력포구역의 10만 주택 건설장에 동원됐습니다. 당초 1년 예정이었지만 동원령은 2013년 2월까지 지속됐고, 대학생들은 무려 1년 9개월을 건설노동자로 일한 셈입니다. 이 때문에 4년 만에 마쳐야 할 대학과정을 6년 만에 마쳤습니다.

이 때도 살림집 건설에 국가 지원은 일절 없었습니다. 한 개 학부에 대략 10층짜리 아파트 한 동을 짓도록 과제를 주고 알아서 완공하라는 식이었습니다. 인력은 대학생들로 충원됐지만 자재를 살 돈이 없었죠. 그렇다고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 일은 ’세외부담‘이라며 금지했기 때문에 대학들은 꼼수를 썼습니다. 100달러를 내면 열흘 휴식을 줬습니다. 지친 학생들이 앞다퉈 돈을 냈습니다. 심지어 10만 달러를 내면 노동당에 입당까지 시켜주었습니다. 북한에서 대학생의 노동당 입당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자재 확보를 위해 당원증을 판 것입니다. 권력과 돈을 가진 집의 자제들은 노동당원이 됐고, 졸업할 땐 당원이란 명목으로 군에도 안 가고 제일 좋은 부서에 배치됐습니다. 대학생들이 많이 쉬어 인력이 부족하게 되면, 쉬는 학생들이 낸 돈으로 군인을 수십 명씩 고용하기도 했습니다.

대학생들만 설명했지만 다른 평양시민들도 똑같습니다. 소속 직장에서 인력을 절반으로 나누어 몇 달씩 교대로 건설장에 투입됐습니다. 그렇다고 보상은 없습니다.

그렇게 고생하고도 지금까지 평양시 10만 세대 건설 완공 소식은 없습니다. 아마 1만 세대나 건설했으면 잘 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2011년에 벌어졌던 일이 그대로 반복돼 또 벌어질 겁니다. 인력을 충당하려면 어쩔 수 없죠.

이렇게 평양의 거리가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 건설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또 숨은 비밀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아파트는 그럭저럭 건설될 수 있는데, 내부 인테리어를 하고 가구 등을 기본적으로 갖춰 넣으려면 또 엄청난 돈이 듭니다. 이건 북에서 자체로 해결하기도 어려워 중국에서 사와야 합니다. 사실 건설은 기초를 팔 때부터 다 돈입니다. 시멘트 철강재도 다 돈으로 사야 하는 것이거든요. 하지만 수탈로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면 특정 아파트 건설을 맞은 기관은 부자인 ’돈주‘들에게 조건을 제시합니다. 10만 달러를 내면 아파트 2채를 주겠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북에서 돈주는 중앙당 고위 간부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 것 같지만, 그들의 뒤를 봐주는 간부가 뇌물로 훨씬 더 많이 받습니다. 이렇게 받은 뇌물은 은행에 저축할 수도 없고, 또 눈을 피해 굴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바로 이럴 때 평양에 대규모 아파트가 건설되면 돈다발을 숨겨두었던 고위 간부들은 만세를 부릅니다. 이들이 숨겨두었던 돈들이 명의자를 바꾸어 돈주의 돈처럼 투입되죠. 그리고 아파트 건설이 완공되면 이들은 약속받은 아파트를 받고 다시 팝니다. 최소 2배 이상 이윤이 나옵니다.

그런데 또 반전이 있습니다.

특정 거리가 건설되면 이 거리 건설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은 김정은이 됩니다. 왜냐면 그는 땅을 제공했고, 인력을 조달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이 챙겨가는 몫이 50% 이상입니다. 그는 완공된 거리에 나와 특정 아파트 단지를 가리키며 “저 아파트는 과학자들을 주고, 저 아파트는 예술인에게 주고…”하는 식으로 배정합니다. 자기가 정책적으로 지원해 사기를 고양시켜야 할 대상들에게 선물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김정은이 50% 이상 챙겨 가면 두 번째로 거액의 돈을 투자한 돈주들이 또 약속받은 아파트를 받습니다. 그리고 나머지가 일반 주민에게 갑니다.

미래과학자거리 때에는 돈주들이 투자금의 2배는 벌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명거리 때는 본전을 겨우 건졌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김정은이 여명거리에 와서 제일 큰 82층 고층아파트를 김일성대 교원들에게 통째로 하사하는 등 자기 몫을 너무 많이 챙겼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면 간부들에게 호재가 또 있습니다.

새 아파트로 이주해가는 사람들이 원래 살던 집이 남습니다. 이를 ’뒷그루‘라고 합니다. 여명거리 때 보면 김일성대 교원들을 82층 아파트에 살라고 했기 때문에 평양시 중심구역에서 더 비싼 아파트를 갖고 있던 교원들도 어쩔 수 없이 이사를 가야 했습니다. 김정은의 지시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기가 살던 집을 팔수가 없었습니다. “장군님이 좋은 집을 공짜로 하사했는데, 기존 주택을 팔아먹는 나쁜 짓은 용서할 수 없다”는 논리 때문입니다. 당시 몰래 기존 주택을 팔려고 하던 교원들, 아들에게 몰래 기존에 살던 집을 넘겨주려던 교원들이 수십 명이 체포돼 지방으로 추방당했습니다.

1만 세대의 거리가 건설되면 ’뒷그루‘도 거의 1만 채가 생깁니다. 좋은 ’뒷그루‘를 뇌물을 받고 배정하는 것이 바로 간부들 몫입니다.

평양시 부동산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여기서 다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결론을 말하면 평양에 대규모 주택단지들을 건설하면 김정은과 뇌물을 숨겨두었던 고위 간부들만 신이 납니다. 일반 시민들은 공사비를 뜯기고, 노력 동원을 다녀야 하는 등 고생문이 열립니다. 그걸 1년도 아니고 5년이나 한다고 하니 얼마나 눈앞이 캄캄하겠습니까. 그렇게 생고생은 생고생대로 하고도 김정은의 계획대로 5년 내로 7만 세대가 과연 건설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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