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잘해’ ‘檢간부 처제’ ‘존재감無’…尹 ‘판사사찰’ 문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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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1월 26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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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재판부 불법사찰’을 이유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집행 정지 결정을 내린 가운데, 윤 총장 측이 해당 문건 전체를 공개하며 “사찰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윤 총장 법률대리인 이완규 변호사는 26일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증거로 제출한 문건을 공개한다”며 법원에 증거로 낸 서류를 익명처리 후 공개했다. 이 변호사는 사찰 문건은 이날 기자단에 전달된 9장이 전부라고 전했다.

해당 문건은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2월 26일 작성됐다. 총 9장 분량으로 피고인, 재판부, 소속 법관, 지위, 비고란으로 정리돼 있다.

비고란에는 판사들의 출신, 주요판결, 세평, 특이사항 등이 적혀 있다. 한 재판장의 경우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이라는 평가’ ‘언행이 부드러우며, 원만하게 재판 진행을 잘 함, 가급적 검사나 변호인의 말을 끊지 않고 잘 들어줌, 검사나 변호인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은 스타일’ 등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검찰 간부의 처제라는 가족관계도 포함돼 있다.

다른 재판장은 ‘변호인의 주장을 많이 들어주는 편이나 검찰 입장에서 선고 결과가 납득되지 않는 경우는 적었음’이라는 세평을 받았다. 변회 선정 우수법관 이라는 설명도 붙었다.

한 판사는 ‘재판에서 존재감 없음’, ‘행정처 16년도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포함’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어 ‘술을 마시고 다음날 늦게 일어나 당직법관으로서 영장심문기일에 불출석했다는 언론 보도’라고 적혀 있었다.

그 밖에 ‘재판 절차 진행은 시원시원함’, ‘주관이 뚜렷하다기보다는 여론이나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평’, ‘다소 보여주기식 진행을 원하고, 법정 멘트들도 미리 재판 전에 신경 써서 준비한 느낌’ 등의 평가가 있었다.

법관 임용 전 대학 일반인 취미 농구리그에서 활약. 법대 재직시부터 농구실력으로 유명했다는 재판과 상관없는 내용도 있었지만, 주로 검찰 입장에서 본 판사들의 재판 스타일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뤘다.

윤 총장 측은 “사찰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일반인의 상식적 판단에 맡겨 보자는 생각”이라며 “사찰이라는 말은 가치평가적인 단어다. 어떤 행위가 사찰인가에 대해서 기준도 있어야 하고, 상식적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들도 담당하는 사건의 재판과 관련해서 원활한 진행을 위해 재판부 성향을 파악한다”며 “검사들도 마찬가지로 공판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그러한 내용을 알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정도”라고 주장했다.

또 “업무자료를 개인정보가 있다고 해서 다 사찰이라고 하면, 사찰이라는 말을 너무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24일 윤 총장의 비위 혐의 중 하나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윤 총장이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로부터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조 전 장관 관련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에 대한 내용을 보고받았는데, 수집할 수 없는 판사들의 개인정보 및 성향 자료를 수집 및 활용하는 등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에 윤 총장 측은 “내용이 부정확한 보도가 있고, 법무부에서 왜곡해서 발표했다고 보여지고 있는 것을 우려했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힐 필요가 있었고, 더 나아가 이 문건으로 인해 마치 검찰이 법원을 사찰하는 부도덕한 집단처럼 보여지는 것을 우려, 검찰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의혹을 해소하는 게 좋겠다”고 설명했다.
주요 세평 모음
A 재판장
▶ <세평>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이라는 평가
▶ 언행이 부드러우며, 원만하게 재판 진행을 잘 함, 가급적 검사나 변호인의 말을 끊지 않고 잘 들어줌, 재판장으로서 적극적으로 검사나 변호인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은 스타일
▶ <특이사항> ○○ 2차장의 처제

B주심
▶ 재판과정 특별한 존재감 없었음

C 재판장
▶<세평> 검찰에 적대적이지는 않으나, 증거채부결정 등에 있어 변호인의 주장을 많이 들어주는 편. 그러나 검찰 입장에선 선고결과가 납득되지 않는 경우는 적었음
▶ 변회 선정 우수법관

D 주심
▶ <세평> 주관이 뚜렷하다기보다는 여론이나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평

E 재판장
▶ <세평> 사건 공판준비기일 단호한 쟁점 정리 등 그립감이 센 모습을 보였으나, 정작 피고인들이 출석하는 정식공판기일이 되자 당황하는 기색과 함께 피고인 측의 무리하고 비상식적인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임

F (지위 표기 없음)
▶ <세평> 재판에서 존재감 없음.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포함

G 재판장
▶ <세평> 너무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줄 정도로 형소법 규정에 따라 꼼꼼하게 재판을 진행하나, ○○측의 무리한 주장은 상당부분 적절히 배척하는 등 검찰이 대응하기 수월하다는 평가.

H 주심
▶ <세평> 증인신문 시 적극적으로 직접 신문
▶ 법관 임용 전 대학 일반인 취미 농구리그에서 활약. 법대 재직 시부터 농구실력으로 유명

I 재판장
▶ <세평> 연로해 보이는 느낌이고 재판 절차 진행은 시원시원함
※어차피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심리할 것이므로 재판부 성향이 크게 유의미하지 않을 것을 보임

J 재판장
▶ <세평> ○○항소심 재판 초반에 증인신문 방식 문제로 공판검사와 설전, 다소 ‘보여주기식’ 진행을 원하여 검사에게 검사석이 아닌 법정 중앙 증인석으로 나와 일어서서 쟁점 PT를 진행하도록 함, 법정 멘트들도 미리 재판 전 신경 써서 준비한 느낌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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