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배제한 수사지휘권, 국감장서 ‘위법성’ 도드라졌다

최진렬 기자 입력 2020-10-25 12:52수정 2020-10-25 13:08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기꾼이라고는 말을 안 하겠지만 중범죄를 저질러 장기형을 받고 수감 중인 사람들의 얘기,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사람들의 얘기 하나를 갖고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고 검찰을 공박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월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위법’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된 국정감사는 다음 날 오전 1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15시간 동안 이어진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과 여당 의원들은 수사지휘권 발동의 적절성 여부를 두고 설전을 이어갔다.

“김봉현 목소리 상반된다”

ㅋ윤석열 검찰총장이 10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한 적절성 여부는 이전부터 도마에 올랐다. 특히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핵심 관계자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쓴 ‘옥중서신’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근거로 언급돼 논란을 부추겼다. 추 장관도 악화된 여론을 의식해 10월 21일 페이스북에 “‘야당과 언론은 사기꾼의 편지 한 통으로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발동했다’라고 맹목적으로 비난을 하기 전에 국민을 기만한 대검을 먼저 저격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주요기사
이에 경제민주주의21(김경율 대표) 측은 다음 날인 22일 추 장관 앞으로 ‘라임 사건 등 수사지휘 관련 질의서’를 냈다. 이 질의서에는 라임 사태와 검찰총장 가족 및 측근 연루 사건 지휘의 적절성을 묻는 7가지 질문이 담겼다. 질의의 요지는 ‘라임 수사와 관련해 법무부에서 윤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할 근거가 무엇인가’이다.

경제민주주의21은 “김 전 회장의 법정 증언과 두 차례에 걸친 옥중 입장문은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대상으로 한 로비가 과연 실제로 존재했는가에 대한 서로 상반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회장은 10월 8일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의 공판에서 “(이 전 대표가) 정무수석이라는 분(강기정)하고 가깝게 지낸 건 알고 있었다”며 “(강 전 수석에게) 인사를 잘 하고 나왔다고 했다. 금품이 잘 전달됐다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김 전 회장은 옥중서신을 통해 ‘검찰의 강압수사로 (강기정 전 수석 등) 여권 인사에 대해 허위로 진술했다’고 주장하면서 위증 논란에 휩싸였다. 이처럼 재판 증언과 옥중서신이 상충하는 만큼 최소 둘 중 하나는 거짓일 개연성이 높다.

경제민주주의21은 “법정 증언은 위증죄 처벌을 감수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그 무게감은 옥중 입장문과 다르다”며 옥중서신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옥중서신의 신빙성이 떨어질 경우 이를 근거로 한 수사지휘권 발동의 정당성 역시 타격을 입는다.

“총장 잘못 없어도 배제한다?” 해괴한 주장

10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검찰청 국정감사가 열렸다. 뉴스1
윤 총장 역시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법리적으로 보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수사지휘가 위법하고 부당한 건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등의 발언을 하며 수사지휘권 발동의 정당성을 지적했다. 이후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부하가 아니면 법무부 장관이 친구냐” 등의 격양된 반응이 나왔지만 윤 총장이 수사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밝히지는 못했다.

지휘권 발동의 근거가 흔들리자 여당에서는 부당 행위가 없더라도 수사지휘권 발동이 정당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라임 사건에서 (검찰)총장과 관련해 몇 가지 의혹이 있다. 책임이 있든 없든, 사실관계가 어떻든 직간접적으로 의심될 만한 상황에서 총장이 이 사건을 지휘하면 국민이 안 믿을 수 있다. 그러면 법무부 장관 입장에서 총장이 죄책이 없다 하더라도 총장이 직접 지휘했다 수사 전체가 탄핵당할 수 있으니 지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윤 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은 법률에 의해 검찰사무에 개입하는 것”이라며 “(법무부 장관이) 지휘를 하면 받아들이지만 검찰총장을 (수사에서) 빠지라는 것은 검찰청법에 예정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 자체는 가능하지만 총장을 배제하는 방식은 안 된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향후 윤 총장 등 검찰이 부적절한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한 적이 있는지 감찰할 예정이다. 추 장관은 국정감사 도중 라임 사태와 관련해 ‘검사 비위 은폐’ ‘정치인 수사 편향’ 의혹에 대해 법무부와 대검찰청 감찰부가 합동으로 감찰하라고 지시했다. 추 장관은 10월 22일 “검사 비위 보고를 윤 총장 등은 언론보도 전까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다”며 “(법무부 감찰과) 대검 감찰부가 합동으로 감찰을 진행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선(先) 수사지휘권 발동, 후(後) 증거 수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향후 검찰 수사의 편향성을 불러들일 여지가 있다.

“사랑이라는 것이 어쩜 저런가”

라임 사태와 함께 수사지휘 대상이던 ‘가족 및 측근 의혹’ 역시 윤 총장이 수사를 방해했다는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사랑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사랑이라는 것이 어쩜 저런가. 어디까지 지켜주고 싶은 것인가”라면서 “혹시 부인을 지켜주려고, 부인의 가족을 지켜주려고 그런 것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윤 총장은 “가족과 관련된 사건은 보고 안 받고 관여도 안 했다. 내가 수사를 지시할 정도면 나는 그냥 물러나야 한다”며 “내가 집사람 일에 관여했거나, 집사람이 남편을 팔아서 일을 도와준다, 사건을 봐준다 했다는 자료나 근거가 있으면 얼마든지 엄정하게 (처리)해달라”고 말했다.

경제민주주의21은 추 장관에게 “윤석열 검찰총장의 회피 선언에도 불구하고 총장 가족 및 측근 연루 사건의 수사와 관련해 윤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으며 답변을 요청했다. 10월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추궁한 의원은 없었다. 이 때문에 수사지휘권의 정당성 논란은 국정감사가 끝난 뒤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62호에 실렸습니다]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