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李는 대선, 朴은 차세대, 대표는 내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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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당권주자 인터뷰]〈2〉 김부겸 전 의원

8·29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나선 김부겸 전 의원은 13일 “내 정치적 마지막 작품을 만들어보겠다”며 경쟁 후보인 이낙연 의원에 대해 “대선 후보로 직행하시라”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8·29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나선 김부겸 전 의원은 13일 “내 정치적 마지막 작품을 만들어보겠다”며 경쟁 후보인 이낙연 의원에 대해 “대선 후보로 직행하시라”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아이고, 온 마을이 다 물에 잠겨가지고. 어르신들은 세간 하나라도 어떻게든 더 건지려고 하시는데 안타까워가지고….”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은 앉자마자 전날 다녀온 전북 남원 수해 복구 현장 이야기부터 꺼냈다. 이런 그를 보고 캠프 관계자는 “하루 새 얼굴이 너무 탔다”고도 했다. “뭐든지 대충 하는 성격은 못 된다”는 김 전 의원과의 인터뷰는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와 인근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민주당이 미래통합당에 지지율이 뒤처졌다는 결과가 나온 날이다.

―당 지지율이 왜 하락세인가.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부동산 문제. 국민은 ‘내 집을 갖고 싶다’, ‘내 집값이 올라 자산을 축적하고 싶다’는 건강한 욕망을 가졌다. 그런데 각종 규제가 생기니 ‘그럼 내 집 마련하지 말라는 말이냐’는 반응이 나오는 거다. 두 번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젊은 친구들 일자리가 줄었다.”

거침없이 답변을 내놓던 그는 마지막 세 번째 요인을 꼽는 데 잠시 주저했다.

“부끄럽고 죄송하지만…. 젠더(성) 문제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아직도 구태의연하다는 것까지 합쳐진 것이다.”

○ “정치적 마지막 작품 한번 만들어 보겠다”

경북 상주가 고향인 그는 민주당의 몇 안 되는 영남 대표 주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며 “당 대표가 되면 2022년 대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했다.

―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까지 당 대표를 하려 하나.

“우리 당과 대구 사이에 생각보다 골이 깊더라. 내가 서 있는 정치 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중이다. 그런 현실을 복구하려는 노력 없이 대선 나가겠다고 하는 건 무책임하고 한가한 소리다.”

―“‘묻지 마 지지’를 하는 영남이 문제”라는 발언을 했는데….

“호남을 보면 필요하면 (의원을) 확 갈아 치운다. 정치인을 자신들의 일꾼으로 활용하는 거다. 그런데 영남에는 (통합당과) ‘정당 일체감’이 형성돼 있다. 앞으로는, 영남 지역 젊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필요에 따라 정당을 활용도 하고 이용도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김부겸 당 대표는 이낙연 대통령을 만들 수 있다’고도 했는데 정확히 무슨 뜻인가.

“내 정치적 마지막 작품을 한번 만들어 보겠다고 이러는 거다. 그래서 당당하게 이낙연 의원에게도 ‘(당 대표 대신) 대선 후보로 직행하시라’고 요구하는 거고…. 전대가 흥행이 안 된다고 하는데, 이 의원은 당의 대선 후보이고 박주민 의원은 다음 세대를 책임지고 있다. 만약 우리 셋이 싸워서 한쪽이 상처를 입는다면 그건 당의 기반이 무너지는 일이다.”

○ “윤석열이 野 후보 1위, 이게 정상이냐”

김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일하며 검경 수사권 조정의 기초를 놨다. 검찰의 저항에 대해 “정말 애를 먹었다”고 회상했던 그는 검찰이 화두로 오르자 목소리가 높아졌다.

―여당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그보다는, 윤 총장이 여러 가지 발언이나 처신에 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야당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라는 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지 않나. (윤 총장이) 공직자인데 그만큼 조심해야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데….

“장관이 주어진 권한 내에서 (검찰을) 정상화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본다. 이건 (추 장관과 윤 총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장관이 또박또박 주어진 권한 내에서 (인사권 등을) 행사를 하니까 검찰이 안 따를 수가 없는 것 아닌가.”

―당 대표가 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연내 출범을 목표로 할 것이다. 법 개정을 할 수 있다면서 야당을 압박할 수도 있지만, 공수처장 추천은 야당에 비토권을 준 거다. 그런데도 야당이 (추천을) 안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

인터뷰를 마친 뒤, 그는 곧바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주최하는 정책토론회에 참석했다. 토론회 단상에 오른 김 전 의원은 웃으면서 “어떤 의원이 ‘이 지사와 손잡으면 이재명-김부겸 연대설도 나오고, 나쁘지 않을 텐데’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지사가 이 의원에 이어 여권 차기 대선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이다. 일단 김 전 의원은 토론회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내가 당장 급하다고 (이 지사와) 손잡자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했다.

이은택 nabi@donga.com·한상준 기자
#더불어민주당#김부겸#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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