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재판’ ‘색깔론’ ‘어이없다’ 화난 민주당…“태영호 징계하라”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0.7.23/뉴스1 © News1

더불어민주당은 24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전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진 야당의 ‘사상 검증’ 공세를 “철 지난 색깔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논란에 불을 지핀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에 대해서는 당 차원의 징계를 촉구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통일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보면서 어이가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할 말이 아주 많은데 야당 입장도 있어서 제가 말씀은 삼가겠다”고 운을 뗐다.

전날 이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이란 점을 들어 통합당의 대대적인 사상 검증 공세가 이뤄진 데 대한 불쾌감을 내비친 것이다. 청문회에서는 주영국 북한공사 출신인 태 의원이 “저는 ‘대한민국 만세’를 불렀는데, 이 후보자는 ‘언제 주체사상을 버렸다. 더는 신봉자가 아니다’라고 하신 적이 있느냐”고 묻는 등 야당 의원들의 노골적인 질문이 이어졌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어제는 철 지난 색깔론의 비타협적 투쟁과 집단 이기주의 등 우리 시대가 청산하고 극복해야 할 일들이 동시에 한꺼번에 나타나서 힘들고 답답한 하루였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70·80년대를 짓눌렀던 색깔론 같은 낡은 시대의 유령이 부활한다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선도국가로 도약한다는 대한민국의 꿈 실현이 지체될 수도 있다”며 “대한민국은 모범적 민주국가인데 아직도 색깔론으로 정치를 어떻게 해 볼 수 있을 것이란 야당이 있다면 하루 빨리 미몽에서 깨어날 것을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태 의원 등 사상 검증 관련 질의를 한 야당 의원들에 대한 비판과 통합당 차원의 징계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설훈 최고위원은 “낡은 색깔론에 계속 매달린다면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자격이 없다고 할 수 밖에 없다”며 “통합당은 당 혁신 차원에서 마련한 새로운 정강에 4·19, 5·18, 6·10 등 민주화운동 정신의 계승 의지를 담겠다고 했다. 새로운 정강을 밝히자마자 소속 의원이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부정하고, 구시대적 색깔론 꺼낸 것에 대해 통합당은 분명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색깔론 빠져서 청문회를 정책 검증이 아닌 사상 검증으로 한 것을 국민께 사과하고, 태영호 의원에게도 엄중 조치를 취할 것을 다짐하라”고 덧붙였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고질병을 넘어 불치병 수준”이라며 “사상 전향을 공개 선언하라는 것은 언어 폭력이고, 국민과 민주주의 국회를 모독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과거 인민재판 때나 있었던 단어로 묵과할 수 없는 행태”라며 “통합당은 색깔론 꺼낸 의원들을 엄정 조치하라”고 했다.

이형석 최고위원도 “태 의원이 총선에서 대한민국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덕분”이라며 “이 같은 토대는 이 후보 같이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했던 분이 있어 가능했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비판했다.

이어 “태 의원은 지난 번 살아있는 북측 지도자를 말 한마디로 사망하게 해서 안보 불안을 야기하더니, 이번에는 청문회에서 아무 근거와 논리도 없이 이 후보에 대해 사상 검증, 색깔론으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했다”며 “색깔론에 기반한 망국적 행태를 반성하고, 헌법에 명시된 국민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는 태도를 갖추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인사청문회는 전날 12시간가량 진행됐으며, 야당은 주로 과거 학생운동 경력 등에 근거를 둔 ‘김일성 주체사상’, ‘반미 사상’ 의혹과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 등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자는 “그 당시에도 주체사상 신봉자는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답변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는 이날 중 결정될 전망이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은 지난 8일 국회에 제출됐으며, 경과보고서 채택 시한은 오는 27일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