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저희 얘기 들으면 인기가 더”…文 “워낙 전천후 비난을 하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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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22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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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나서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2019.10.22./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나서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2019.10.22./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아 시정연설 직전 여야 정치 지도자들과 비교적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오랜 만에 대화를 나눴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거치며 여야가 심각한 갈등을 겪은 후 야당 지도부들과 한자리에서 만나게 된 만큼 주목을 받았다.

이날 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서로를 향해 할 말은 하면서도 직접적인 공박보다는 웃음 속에 ‘가시’를 담는 방법을 택했다.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진행된 사전환담에는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야 당대표와 원내대표, 김명수 대법원장,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최재형 감사원장 등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 = 오늘 국회의장님과 각 정당 지도부님들, 이 자리에 뵙게 돼서 아주 반갑습니다. 제가 2017년 출범 직후에 그때 일자리 추경 때문에 국회에 온 것을 비롯해서 예산안을 국회에서 설명하기 위해 시정연설을 하는 것이 이번이 네 번째입니다. 국회 예산심의에 도움이 많이 되었으면 싶고요. 특히 지금 우리 경제 활력, 민생 살리는 것이 가장 절박한 과제니까 당연히 정부 부처가 노력을 해야겠지만 국회도 예산안으로, 그래도 법안으로 뒷받침 많이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문 의장에게 최근 세르비아·아제르바이잔·조지아 순방 이야기를 청했고, 두 사람은 해외 방문에서 체감하는 높아진 우리 국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문 의장이 말미에 문 대통령에게 ‘대통령이 정치의 중심’이라며 의회의 생각을 깊이 생각해 뜻을 모으는데 서 있어달라고 요청하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 대통령을 향해 ‘조국 전 장관’ 얘기를 꺼냈다. 최근 몇 달간 정국을 뜨겁게 달군 이슈인 만큼 그냥 지나가긴 힘든 이슈이기도 하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 그런 바람과 관련해서 조국 장관이 사퇴하게 해 주신 그 부분은 아주 잘하신 것 같습니다. 다만 조국 장관 임명한 그 일로 인해서 국민들의 마음이 굉장히 분노라고 그럴까, 화가 많이 나셨던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대통령께서도 직접 국민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시는 그런 노력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문 대통령은 황 대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대답은 하지 않고 갑작스런 화제 전환으로 방어했다.

▲문 대통령 =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대법원에서도 법원 개혁하는 법들이 좀 계류가 돼 있죠? 협력을 구하는 한 말씀 하십시오.

문 대통령의 화제 전환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는 듯 참석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김 대법원장은 이내 대법원이 낸 개정안에 대한 국회의 관심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의 세번째로 꺼내든 화제는 ‘일본’이었다. 문 대통령이 ‘한일의원친선협회 교류’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고, 문 의장은 G20 국회의장회의와 한일의원연맹 회의에 대해 설명했다.

일본 이야기가 나오자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 못 온 이낙연 국무총리를 챙겼다. 이 총리는 이날 새벽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앞서 여야 대표 등과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10.22/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앞서 여야 대표 등과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10.22/뉴스1
▲문 대통령 = 오늘 총리님은 일본에 천황 즉위식에 축하사절로 가셔서 오시지 못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이 총리 언급에 주승용 국회부의장(바른미래당)은 지역구(전남 여수시을)를 떠올렸다. 문 대통령은 아쉬움을 나타내며 받아줬다.

▲주승용 국회부의장 = 오늘 여수에서 세계한상대회가 열리는데 총리님도 못 오시고 대통령님도 못 오시고 아쉽습니다.

▲문 대통령 = 해마다 양쪽을 다 가는 때도 있었는데, 안 그러면 또 한상대회분들은 하다못해 청와대라도 초청해서 다과라도 하고 그랬는데….

자유한국당에선 황 대표에 이어 이주영 국회부의장이 다시 문 대통령에게 의견을 냈다.

▲이주영 국회부의장 = 평소에 야당에서 나오는 목소리 좀 많이 귀담아 들어주시고 하면 더 대통령의 인기가 올라갈 것 같습니다. (참석자 웃음)

이 부의장이 야당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뼈있는 언급’을 하면서도 문 대통령의 ‘인기’를 언급하자, 문 대통령은 미소를 띠며 잠시 생각하다가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뼈있는 응수’를 날렸다.

▲문 대통령 = (참석자들을 향해 손짓하며) 근데 뭐 워낙 전천후로 비난들을 하셔서 허허허. (참석자 웃음)

서로 웃음을 띠고 얘기했지만 실상 ‘야당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통령은 ‘비난만 하는 야당’으로 대꾸한 셈이다.

그러자 다시 자유한국당에선 나경원 원내대표가 나섰다. 나 원내대표 순서에 와서는 몇 차례 좌중에 일었던 웃음은 사라지고 사뭇 진지해졌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 야당이어서 야당 이야기만 듣는 건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이번에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눠진 국론 분열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좀 열린 마음으로 광화문 목소리도 들어주셨으면. 아까 사법개혁 말씀하셨는데 지금 검찰이나 경찰이나 이런 모든 사법 체계 개혁은, 가장 중요한 것은, 저희가 생각하는 개혁의 중요한 화두는 어느 권력이 됐든 권력으로부터의 독립된 기관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너무 한 쪽으로 일방적으로 가지 않게 국회에서 잘 합의해서 처리할 수 있도록 좀 기다려주시는 모습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

보수진영의 얘기에 좀 더 귀를 기울여달라는 것과 검찰개혁을 너무 밀어붙이기보다 국회에 맡겨달라는 취지였다.

취재진에게 공개된 사전환담 내용은 나 원내대표의 발언 중간까지다. 사전환담에 참석했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분위기가 참 좋았다”라며 “여러가지 덕담이 주로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어진 시정연설에서는 사전환담 분위기와는 달리 냉정하게 각자의 입장으로 돌아갔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멈추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재천명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검찰개혁 법안의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 원내대표 등 야당 의원들은 이에 손으로 ‘X’(엑스)를 표시하며 무언의 시위를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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