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도가 손톱 밑 가시 안 되려면 [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3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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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강화군 함박도가 우리나라의 영토인지 북한의 영토인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함박도가 북한의 땅일 경우, 근처 서해 5도에 살고 있는 주민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안보문제가 예상되는데요. 우리나라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은 함박도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또, 우리나라의 영토이거나 북한의 영토일 때 어떤 이득과 위험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차지현 연세대 경제학과 14학번

A. 얼마 전 함박도라는 서해의 작은 섬이 주소지는 우리 대한민국인데 북한군이 점령해서 군사요새화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 뒤 불거진 논쟁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함박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인지, 북한의 영토인지에 관한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정부 부처간 이견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영토로 보는 견해에서 제시하는 사실관계는 이렇더군요.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8년 ‘미등록도서 및 비정 위치도서 등록사업’ 때 함박도는 대한민국 영토로 ‘인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 97’라는 주소를 갖게 되었고, 그 후 최근인 2018년 11월에도 해양수산부 장관고시에 따라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는 겁니다. 그러니 대한민국의 영토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국방부에서는 다르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1953년 8월 30일 정전협정문에서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계선 북쪽과 서쪽에 5개 섬 즉 백령도, 연평도, 대청소, 소청도, 우도의 도서군만 연합군 관리 하에 두고 나머지 섬들은 북한의 군사통제하에 둔다고 했기 때문에 함박도는 그 때부터 북한 영토였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한국 정부 두 부서의 입장이 다르다는 점이 우선 걱정스럽습니다. 해양영토 획정은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조사원에서 수행하는 임무입니다. 그러니 논리적으로는 해양수산부가 획정한 해양영토를, 대한민국 국군이 외부의 적으로부터 지키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입니다.

두 번째는 현실적으로 현재 북한군이 점령한 함박도에는 어떤 군사시설이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우리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입니다. 군사전략상 북한군이 주둔하고 있는 함박도는 대한민국 본토와 백령도, 연평도 사이의 해양보급로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백령도와 연평도는 유사시에 고립될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군 당국에 의하면 함박도에는 30~60㎞ 탐지거리의 레이더가 설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인천공항을 포함해서 이 거리 내에 있는 우리의 해안 영토를 속속들이 북한군이 탐지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다행히(?) 다른 군사무기들이 배치되지는 않았다고 하나, 북한 땅이라고 국방부가 선언한 이상 언제든지 우리를 위협할 해안포나 장사정포를 들여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남북한 관계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어서, 북한 군사당국이 ‘인천공항 불바다’ 발언이라도 쏟아낸다면, 동북아 허브 공항 역할을 하고 있는 인천공항의 운영에는 치명적일 것입니다.

세 번째 논쟁은 함박도의 레이더 배치 등 군사요새화가 2018년 평양에서 체결된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무인도였던 함박도에 북한군이 주둔하면서 요새화한 것이 2017년 5월부터라고 국방장관이 며칠 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말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요새화시기를 밝힌 이유는 국사당국이 북한군의 함박도에서의 움직임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과 9.19 남북군사합의 전의 일이었기 때문에 위반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안타까운 점은 2017년 5월 북한군의 이러한 움직임이 있었을 때부터 이를 막기 위한 조치 즉 항의 및 중단 요구를 했어야 할 텐데 지켜만 봤다는 겁니다. 문자적으로 보면 9.19 합의 위반이 아닐 수 있습니다. 소급 적용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럴지라도 9.19 남북군사합의의 기본 취지, 즉 남북한간의 군사적 위협의 축소를 위해서는 함박도에서의 군사 시설 철수를 요구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지난해 비무장지대(DMZ)내 감시초소(GP) 22개를 철수 파괴한 바 있었는데, 당시 분위기에서는 함박도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안보 문제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접근(the worst-case approach)’을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남북한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도 가장 나중에 변해야 하는 것이 국가 안보(national security)에 관한 입장입니다. 함박도가 우리의 안보 문제에 있어서 손톱 밑의 가시가 되지 않도록 협상을 통해서든, 군사적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통해서든 해결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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