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만난 악연…황교안 “수사 공정하게” 윤석열 “좋은 지적”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8일 11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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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8일 취임 인사차 국회를 찾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균형있는 인사와 공정한 수사를 해달라고 각별히 당부했다.

이날 윤 총장의 국회 예방은 6년 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 중이었던 황 대표와의 ‘악연’으로 정치권 안팎에서 높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윤 총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신병 처리와 법리 적용을 놓고 법무부와 불협화음을 내 결국 정직 1개월의 징계와 함께 좌천성 인사를 겪은 바 있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를 예방한 윤 총장에게 “오랜만에 보는데 총장 임명을 축하한다”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윤 총장도 “법무 장관 하실 때 뵙고 지금 6년 정도 지난 것 같은데 늘 바쁜 일정에 건강하신 모습으로 오랜만에 뵈니까 반갑고 좋다”고 화답했다.

공당의 대표와 검찰의 수장으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웃으면서 악수를 나눴지만 분위기는 건조했다. 황 대표는 선배가 후배한테 훈계하듯 쓴소리부터 꺼냈다.

황 대표는 “검찰은 수사기관만이 아니다. 준 사법기관으로서 법원과 경찰을 인권적 차원에서 잘 견제해서 국민들의 인권이 굳건하게 지켜질 수 있게 하기 위한 마지막 보루가 검찰이다”며 “그런 측면에서 검찰의 역할을 감당하기 부족함 없는 균형있는 인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인사를 보면 너무 특정 영역의 검사들이 중요한 보직을 맡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이런 우려들은 선배들의 우려이기도 하니깐 잘 경청해달라”고 했다.

이어 “형법에는 개인적 법익을 해하는 죄, 사회적 법익을 해하는 죄, 국가적 법익을 해하는 죄, 3종류의 범죄 영역이 있는데 그에 맞는 검찰 인사들이 배치돼야 하지 않느냐”며 “그런 면에서 이번에 편향적인, 한쪽에 치우쳐진 그런 인사가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이런 점 유념하셔야 할 것 같다”고 거듭 당부했다.

최근 공안·기획통 검사들이 검사장 승진이나 핵심 보직에서 줄줄이 낙마하고 그 자리를 특수통 검사들이 대거 꿰찬 인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황 대표는 윤 총장에게 당의 ‘민원’도 전달했다.

그는 “당에 들어와서 보니 이쪽에서 아마 고소고발한 사건들이 70여건 된다고 한다”며 “그중 4~5건 정도가 처리됐고 나머지는 사실상 유야무야됐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과연 공정한 수사가 된 것이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런 부분들도 총장에 취임했으니 면밀히 잘 살펴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검찰을 잘 이끌어 주셨으면 좋겠다는 당부 드린다”고 전했다. 검찰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눈치보기를 에둘러 꼬집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황 대표의 말을 듣고 있던 윤 총장의 표정은 다소 어두웠지만 이날 만큼은 감정 표현을 절제했다. 6년 전 국감에서 법무부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며 직격탄을 날렸던 것과는 대비된 모습이었다.

윤 총장은 황 대표에게 “지금은 공당의 대표지만 검찰의 대선배다. 대표님께서 검찰에 대해서 늘 깊은 관심 가져주시고 좋은 지적 해주신 것 깊이 감사드리고 지적해주신 것은 검찰 업무 처리하는 데 신중하게 받아들여서 잘 반영하도록 하겠다”며 “앞으로도 검찰에 대해서 깊은 관심과 배려를 가져주셨으면 많이 도와주셨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이다”라고 답했다.

황 대표는 “검찰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며 “최근에 일 열심히 하고 역량있는 검사들이 검찰을 많이 떠난다고 해서 안타깝다. 총장이 이런 부분 잘 관리해서 조직이 흔들리지 않게 해주길 바란다”며 거듭 공정한 인사를 당부했다.

황 대표는 윤 총장의 예방을 받은 후 기자들과 만나 자당 의원들의 패스스트랙 고소·고발건에 대해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그건 관심사는 아닌 것 같다”고 일축했다.

윤 총장에게 당부한 공정한 인사가 공안 검사를 염두에 둔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어떤 인사가 안 들어갔다기보다는 균형있는 인사를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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