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이중적 행태” 文대통령까지 비난…대화 추진 ‘제동’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26일 13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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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南 전투기 도입·군사훈련 비난…미사일 발사 당위성 주장도
김정은 "앞에선 평화의 악수 연출, 뒤에선 이상한 짓" 맹비난
靑 "한미, 대화 모멘텀 위해 꾸준히 상황 관리…대화 노력 계속"

북한이 25일 발사에 성공한 탄도미사일이 전술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조속한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 방안을 모색하던 문 대통령의 평화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는 우려 섞인 평가가 제기된다.

북한이 우리 군의 F-35A 스텔스 전투기 추가 도입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강행을 자신들을 향한 위협 행위로 간주하며 탄도미사일 개발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도 대화 추진에 있어 장애요소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6일 전날 강원도 원산에서 발사한 2발의 발사체와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속에 이뤄진 ‘신형전술유도무기’ 사격 시험이었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께서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남조선 지역에 첨단 공격형 무기들을 반입하고 군사연습을 강행하려고 열을 올리고 있는 남조선 군부호전세력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의 일환으로 신형전술유도무기 사격을 조직하시고 직접 지도했다”고 밝혔다.

전날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새로운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규정한 것을 북한이 직접 확인한 것이다. 전문가들이 전술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라고 분석한 것과도 같은 미사일이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이번 발사를 통해 지난 5월4일과 9일 두 차례 시험 발사과정에서 결함을 보였던 탄도미사일이 기술적으로 완성을 거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NSC 상임위가 발사 당일 이례적으로 탄도미사일이라 발표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앞뒤가 다른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맹비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미관계 개선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을 견인한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자들이 세상 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며, 공동선언이나 합의서 같은 문건을 만지작거리고 뒤돌아 앉아서는 최신 공격형 무기반입과 합동 군사연습강행과 같은 이상한 짓을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고 중앙통신은 전했다.

이어 “우리(북한)는 부득불 남쪽에 존재하는 우리 국가안전의 잠재적, 직접적 위협들을 제거하기 위한 초강력 무기체계들을 줄기차게 개발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6·30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을 중재한 문 대통령의 노력을 ‘평화의 악수 연출’로 규정한 점에서 노골적 불만을 읽을 수 있다. F-35A 도입과 8월 초 예정된 한미 합동 군사훈련 ‘19-2 동맹’을 강행하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 ‘이중적 행태’라는 것이다.

또 김 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자가 사태발전 전망의 위험성을 제때에 깨닫고 하루빨리 지난해 4월·9월과 같은 바른자세를 되찾기를 바란다”라고도 했다. 4·27 판문점 선언과 9·19 남북군사합의서 정신에 부합하도록 전투기 도입 결정을 철회하고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문 대통령을 향한 김 위원장의 직접적인 불만 표출과 함께 탄도미사일의 거듭된 발사 국면으로 인해 당분간 적극적인 대화 추진은 어려워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비난의 화살이 미국이 아닌 우리 정부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 더 뼈 아프다는 평가다. 남북 관계발전을 통해 북미 대화를 견인한다는 문 대통령의 평화 구상 실현에 적지 않은 고민 거리를 안겼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북한이 거듭된 시험발사를 통해 신형 탄도미사일 발사 기술을 완성한 것이 국면 전환을 예고하는 ‘신호탄’일 수 있다는 낙관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북한이 2017년 11월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직후 대화의 장으로 나왔던 것처럼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ICBM 성공 발사 속에 감춰진 대화 가능성을 포착하고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통해 북한과의 물밑 접촉을 시도했다. 그 결과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시작으로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과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낸 바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외교적으로 앞으로 나갈 길, 협상 솔루션이 있다고 여전히 확신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 위에서 해석 가능하다.

한미 정보당국은 지난 5월4일 미사일 발사 때는 2발 모두 실패했고, 5월9일 발사 때는 2발 중에 1발을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는 고도와 사거리 면에서 2발 모두 계획 대로 발사에 성공했고, 이것을 토대로 협상장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하노이 충격’에서 벗어나 새로운 협상을 위한 체제를 완전히 갖춘 것으로 보인다”면서 “게다가 신형 전술 탄도미사일에 대한 완성은 대화할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로 여겨진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미는 지난 5월 미사일 발사 이후 대화 모멘텀 유지를 위해 상황 관리를 꾸준히 해왔다”면서 “대화 국면은 유지돼야한다는 게 일관된 우리의 입장으로, 계속해서 노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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