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잘싸” 자평까지…한국당, 광화문 거점 전국순회 장외투쟁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30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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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자유한국당에서는 국회에서 벌어진 6일 간의 격돌 끝에 선거제 개편안 등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됐지만, 기존의 ‘웰빙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어느 정도 벗을 수 있었다며 이런 자평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투쟁형 야당의 가능성도 보여줬다는 말도 들린다. 실제로 야당 투쟁의 상징인 ‘천막당사’ 카드가 등장했고 당내에서는 공개적으로 의원직 총사퇴 주장까지 나왔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끝이 아닌 시작으로 삼아 보수층을 결집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투쟁 카드를 총동원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당, “패스트트랙 지정은 ‘4.29 좌파정변’”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저희는 시종 비폭력 무저항으로 싸웠다. 저들은 흉기에 가까운 도구들을 사용하면서 우리들의 정의로운 민주투쟁에 압박하고 겁박했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번 투쟁과정에서 ‘모두 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갖게 됐다. 의원 당직자 보좌진 모두 혼연일체가 돼 일치단결했다”고 강조했다. 당 관계자는 “황 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 주요 당직자 인선 문제 등으로 계파 갈등이 불거지는 듯 했지만, 이번에 ‘확실한 외부의 적’을 세움으로써 당이 정말로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해 “진리와 자유가 없는 사망의 골짜기로 가는 트랙”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4월 29일은 헌정사에 추악한 날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 문희상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을 가리켜 “4·29 좌파정변의 5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박대출 의원은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직접 머리를 삭발한 뒤 의원총회에 등장했다. 현역 국회의원이 삭발을 한 것은 2013년 통합진보당 의원 5명이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청구에 맞서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삭발하고 단식 투쟁을 한 뒤로 처음이다. 박 의원은 “사그라진 민주주의 불씨를 살려내기 위한 작은 저항의 표시”라며 “이 작은 저항의 물방울이 큰 바다를 이뤄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헌법을 파괴한, 대한민국을 농단하는 저들을 집어삼키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광화문 거점 전국순회 장외투쟁 검토

한국당은 본격적으로 장내·외에서 투쟁 수위를 끌어올릴 예정이다. 서울 광화문 등 도심에 천막을 치고 17개 시·도당별로도 거점을 두고 전국을 순회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원내에서는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거부하는 등 모든 투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3개월 전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 강행에 반발하며 ‘릴레이 단식’을 하다 ‘간헐적 웰빙단식’이라는 조롱을 받았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황 대표는 “희생 없이 우리가 바라는 고귀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내기 어렵다”며 “희생을 감수하겠다”고 강조했다. 패스트트랙 법안들이 지정된 뒤 오전 3시경에는 페이스북에 “독재 세력들이 든 ‘독재 촛불’에 맞서,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횃불’을 높이 들자”며 “5천만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좌파독재에 맞서 저를 하얗게 불태우겠다”고 쓰기도 했다.

국회의원직을 내놓자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왔다. 박인숙 의원은 의총에서 “생전 처음 동료애, 동지애를 느꼈다”며 “의원직을 총사퇴하고 광장으로 출근해야 한다”고 했다. 홍준표 전 대표도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국회의원직을 총사퇴하고 20대 국회를 마감해라. 지도부도 대통령 놀이는 이제 그만하고 국민과 함께 정권 불복종 운동에 나서라”라고 썼다.

홍정수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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