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외교사안들을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결국 외교 관행과 주요 언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해야 하는데요. 먼저 해리스 대사의 22일 발언은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강대국과 약소국을 가리지 않고, 대사들은 주재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을 주로 내놓습니다. 소위 외교적 수사(rhetoric)를 사용해서 불편한 마음이 있다 해도 그 마음을 간접적으로 전하는 것이 관행입니다.
그런데 해리스 대사의 발언 중에는 한국 정부로부터 ‘굿 이너프 딜(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을 강조하는 한국의 비핵화 협상 방안)’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표현이 나오는데요. 외교 관행을 보면 매우 이례적인 상황입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에서만 이러한 논의를 했거나,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굿 이너프 딜’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소위 ‘언론 플레이’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불편한 마음을 표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이 가능한 거죠. 이러한 불만의 표현이 아니었다면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추가 설명 자료를 제공하면서 대사의 표현은 진의가 다르게 표명되었다고 설명을 했을 텐데, 아직까지 그런 이야기가 없다는 점에서는 무언가 불편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더욱 관심이 가는 것은 한국 정부의 반응입니다. 한국주재 외국 대사가 사실관계와 다른 부적절한 표현을 할 경우 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데도 우리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우리 정부가 해리스 대사에게 ‘굿 이너프 딜’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충분한 설명을 했음에도 해리스 대사가 이런 발언을 했다면 우리 정부가 사실관계를 적시하고 대사 본인이나 그 아래의 부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함으로써 일종의 경고를 줄 수 있는데도 말이죠. 결국 이러한 관행들이 시사하는 바는 ‘굿 이너프 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설명이 어느 정도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만일 이러한 추정이 사실이라면 우리의 외교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요. 우리도 마찬가지고 미국도 외교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현지 대사관에 많이 의존하게 됩니다. 제안된 내용이 어떠한 외교적 함의를 지니는지, 그리고 현지 여론은 어떠한지 대사관을 통해 자세히 파악하고 대응책을 수립합니다.
두 번째 질문인 주한 미국대사와 주한미군사령관의 역할 분담은 의외로 답이 간단합니다. 주한 미국대사는 한국에서 미국을 대표하며 외교업무를 담당합니다.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에서 미군만을 대표합니다. 이러한 역할의 차이로 인해서 의전상 배려도 차이가 납니다. 미국 내 공무원 직급 체계를 고려할 때 4성장군인 주한미군사령관이 더 고위직이지만, 한국에서 개최되는 주요 행사에서는 주한 미국대사가 가장 상석에 위치합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