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외교문서]北 황장엽 “KAL기 사건은 생명보험금 타기 위한 南 조작”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31일 12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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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디 아론트 구주의회 사회당 그룹의장 방북
황장엽, 김영남, 김용순, 이성록 등과 면담
황장엽 당시 北 당서기 "주한미군 철수해야"

1987년 11월 KAL기 폭파 사건 발생 후 국제사회의 대북 규탄 여론이 심화하자 북한은 이 사건이 남측의 조작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문서 공개에 관한 규칙에 따라 31일 비밀해제된 1988년 외교문서에 따르면 당시 북한의 당서기였던 황장엽은 루디 아른트 구주의회(유럽의회) 사회당 그룹의장의 북한 방문 때 이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외교문서에 따르면 아른트 그룹의장은 당시 황장엽을 비롯해 김영남 외교부장, 김용순 당 국제부장, 이성록 당 무역부장 등을 면담했다.

황장엽 당시 당서기는 아론트 그룹의장에게 한반도 분단은 외세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주한미군 철수 등을 통해 한반도를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특히 1987년 11월에 발생한 KAL기 폭파 사건과 관련해 유럽의회가 대북 규탄 결의안을 채택한 데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했으며, 그는 이 사건이 “생명보험금을 타기 위한 남한의 조작”이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영남 외교부장은 아론트 그룹의장에게 북한의 ‘고려연방제’ 통일 방안을 설명했으며, 이성록 당 무역부장은 서구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구상무역과 기술교환에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론트 그룹의장은 당시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도 방문했다. 당시 외교부는 아론트 방한을 계기로 구주의회와 친분을 확보함으로써 “북한의 대 구주의회 침투 기도를 간접 봉쇄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88서울올림픽대회 개최,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 노태우 제13대 대통령 취임식 등의 내용이 포함된 1602권(약 25만여쪽)의 1988년 외교문서를 해제했다. 공개된 외교문서 원문은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열람실’에서 열람 가능하다. 외교부는 1994년부터 26차에 걸쳐 총 2만6600여권(약 370만쪽)의 외교문서를 공개해 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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