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밀 핵시설’ 존재에 촉각…새로 떠오른 ‘분강’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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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5일 13시 39분


트럼프가 밝히고 김정은이 놀란 ‘비밀 핵시설’ 여부에 주목

북한 영변 지역의 인공위성 이미지.(IBS 제공) © News1
북한 영변 지역의 인공위성 이미지.(IBS 제공) © News1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의 주요 안건인 영변 핵시설의 불분명한 규모와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협상의 새 관건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북한 ‘비밀 핵시설’의 존재 여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제기되면서다.

5일 북한의 이른바 ‘비밀 핵시설’로 ‘분강’ 시설이 새로 지목됐다. 분강 시설은 영변 핵시설 인근에 위치한 곳으로 영변 핵시설로 통하는 관문 중 하나로 추정된다.

북한의 비밀 핵시설과 관련한 ‘소문’은 북미 비핵화 협상 개시 후 주요 국면에서 지속적으로 나온 바 있다.

평양 일대의 ‘강선(강성)’ 시설, 황해북도 황주군 일대의 ‘삭간몰’ 미사일 기지 등이 지목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소문이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될 때마다 한미 당국은 “이미 파악된 시설”이라는 입장을 통해 해당 시설들이 ‘비밀스럽지 않다’는 메시지를 냈다.

이날 제기된 분강 핵시설의 비밀성에 대한 정보 당국의 판단은 다소 유보적이다.

이 시설이 영변 핵시설이 위치한 곳의 지명이기도 한 분강 지구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 사실 때문인 듯도 하다.

영변 핵시설 자체가 과거 분강 지구가 분강리로 불렸을 때 그 일대에 속한 곳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때문에 영변의 핵시설과 분강 지구 핵시설을 구분해 부르는 것이 타당하냐는 반론이 제기되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해 이날 “분강은 영변 내 일부 지역을 부르는 지명으로 알고 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분강은 영변 내 핵심 우라늄 핵심시설과는 이격된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지명”이라는 국방부의 설명만 본다면 정보 당국이 분강이라는 지역, 혹은 분강 지구 내 어떤 시설을 북한의 핵 관련 ‘핵심 시설’로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은 다소 떨어진다.

다시 말해 첫 건설 이후 핵기술 발달에 따라 확장 가능성이 제기된 영변 핵시설의 확장이 분강 지구까지는 미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1980년대 중반 첫 가동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되는 영변 시설의 노후화를 감안하면 북한이 지속적으로 주변 일대에 영변 핵시설 능력을 보완할 수 있는 시설을 확장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 제기된 ‘지하 우라늄 농축 시설’이 분강 지구에 있다는 설과 관련해서도 우라늄 농축 시설의 이동과 재배치가 용이하다는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다.

다만 1만 개 원심분리기가 분강 지구 내 지하 우라늄 농축 시설에 있다는 설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론적으로는 원심분리기 1000개당 핵무기 1개의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강 지구에 1만 개의 원심분리기가 있을 경우 추산 10개의 핵무기 생산을 뒷받침하는 시설이라는 뜻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밝힌 대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 현황이 20~60개라고 할 경우, 분강 지구의 ‘핵무기 지분’은 17%에서 50%에 달할 수 있는 것이다.

분강 지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해당 시설이 지난달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북한 측에 “우리가 알고 있다”라고 밝힌 시설일 수도 있을 가능성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결렬 후 기자회견에서 “(아직 언론 등에) 나오지 않은 것 중에 우리가 발견한 게 있었다”라며 “우리가 알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리가 발견한 시설’은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후 10시간 만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회담 과정에서 미국 측이 영변 지구 폐기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다”라고 언급한 내용 중 ‘한 가지’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그리고 이날 ‘분강 지구 내 우라늄 농축 시설’이 그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다만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4일 브리핑 중 트럼프 대통령의 ‘나오지 않은 곳’ 발언에 대한 질문에 “한미 정보당국은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이 완벽하게 내용을 정확하게 공유하고 있다”라고 말해 한미가 모르는 이른바 ‘비밀 핵시설’의 존재 여부에 대해 간접적으로 부인했다.

이날 국방부 등 정부가 분강 지구 내 시설의 존재와 위상 여부에 대해 다소 모호한 태도를 보인 것은 미국과의 관련 정보 공유 시차가 있거나, 분강 지구를 주요 핵시설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미가 영변 외 주요 핵시설로 분강 지구 내 어떤 시설을 놓고 지난 정상회담에서 논의를 진행했을 경우,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한다.

북한의 ‘비밀 핵시설’에 대해 국제사회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시설을 한미 정부를 출처로 공개할 경우 협상 국면에 예상치 않은 변화를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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