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실 무더기 교체…김동연 ‘복심’ 靑 지역안배론에 밀렸나

  • 뉴스1
  • 입력 2018년 10월 31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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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실장 강승준 국장, 호남 출신 양충모 국장에 밀려
장차관 하마평에 靑 불편한 심기 드러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뒤쪽에 강승준 비서실장의 모습.2018.10.18/뉴스1 © News1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뒤쪽에 강승준 비서실장의 모습.2018.10.18/뉴스1 © News1
예산정국을 앞두고 나라살림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예산실 국장이 무더기로 교체된 가운데 인사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반적으로 이번 인사는 출신지역을 안배한 탕평인사로 평가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보다는 청와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상대(53·행시 34회) 사회예산심의관을 비롯해 양충모(55·34회) 경제예산심의관, 임기근(49·36회) 행정안전예산심의관 등이 새롭게 예산실에 합류했다. 그리고 김 부총리의 비서실장이었던 강승준(53·35회) 실장은 공공정책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국장급 인사는 기존 문성유 전 사회예산심의관, 안도걸 전 경제예산심의관, 윤병태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이 인사이동을 통해 기재부를 떠나면서 공백을 채우기 위해 이뤄졌다. 문 국장은 국가균형발전위 기획단장(1급)으로 승진했으며, 안 국장과 윤 국장은 각각 국회 더불어민주당 수석 전문위원과 전라남도 정무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양충모 경제예산심의관과 강승준 공공정책국장의 희비가 엇갈린 점이다.

강 국장은 ‘예산실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예산총괄과장 출신이다. 그는 2011년 국토해양예산과장으로 예산실에 몸 담은 뒤 예산실 엘리트코스라 할 수 있는 예산정책과장과 예산총괄과장 등을 지냈다.

이번 인사에서 예산실로 복귀한 최 국장과 임 국장 역시 모두 예산총괄과장 출신이다. 이 때문에 기재부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에서 강 국장이 예산실로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특히 강 국장은 김 부총리로부터 비서실장으로 발탁될 정도로 김 부총리의 신임이 두터운 인물이다. 하지만 강 국장은 이번 인사에서 예산실이 아닌 공공정책국으로 자리가 배정됐다.

강 국장이 맡을 것으로 예상됐던 자리는 양충모 경제예산심의관이 차지했다. 양 국장은 재정정책과장, 재정기획과장, 정책조정국 서비스경제과장, 성장전략정책관, 공공정책국장 등 예산실과는 거리가 먼 직책을 맡아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역안배 때문에 강 국장이 밀려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강 국장은 서울 출신이며 양 국장은 호남(전북 전주) 출신이다. 강 국장이 예산실로 들어가고 양 국장이 빠질 경우 호남 출신 예산실 국장이 1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현재 기재부 예산실 국장은 총 5명이며, 그중 3명이 이번 인사를 통해 교체됐다. 지역별로 보면 Δ영남 2명(안일환 예산총괄심의관·이상원 복지예산심의관) Δ호남 2명(양충모 국장·임기근 국장) Δ서울 1명(최상대 국장)으로 영호남 균형이 맞춰졌다.

예산실 국장 인사에서 지역안배가 이뤄지는 것은 국회 예산심의과정에서 국회의원 등을 상대할 때 지역별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 숨어있다. 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예산실 인사는 기재부 뿐 아니라 청와대가 개입해 이런 지역안배 등을 고려해 이뤄져 왔다는 전언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인사를 앞두고 강 국장이 예산실로 복귀할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지역안배에서 밀려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기재부 예산실 국장급 인사는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기도 했다. 인사 발표를 앞두고 지난 30일 저녁부터 이날 오전까지 기재부 차관 및 예산실장 등 고위직 인사 관련 정보지가 돌면서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청와대 측은 국장급 인사에 교묘하게 최근 하마평에 거론되는 차관 인사를 덧붙여 의도적으로 정보지를 만든 것 같다며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김 부총리와 장하설 정책실장의 교체설로 곤란한 청와대로서는 자꾸 인사 관련 소문이 도는 것이 불편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의 문의가 이어지자 “1·2차관 교체 문의가 자꾸 오는데 딱걸렸다”며 “인사는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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