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119일만에 檢 불려온 사법농단 ‘키맨’… 윗선 개입 입 열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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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前 법원행정처 차장 檢 출석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때 재판 거래 및 사법행정권 남용이 의심되는 문건을 작성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때 재판 거래 및 사법행정권 남용이 의심되는 문건을 작성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우리 법원이 현재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15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에 앞서 포토라인에 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이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인 2012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약 4년 7개월 동안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근무하며 재판 거래와 사법행정권 남용이 의심되는 문건을 다수 작성했다. 이 문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지난해 3월 이후 세 차례 법원 자체 조사와 검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사법부 신뢰가 추락했다.

○ 검찰, 문건 이행 및 윗선 지시 여부 추궁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 반 임 전 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올해 6월 18일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지 119일 만이다.

검찰은 7월 21일 임 전 차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 재직 때 작성한 파일 8000여 개가 담긴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를 확보했다. 이 문건 내용을 분석하고 전현직 판사 60여 명을 조사하면서 검찰은 임 전 차장에게 추궁할 재판 거래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을 30여 개로 추렸다.

수사 대상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사건 재판부 동향을 감시한 의혹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소송 지연 의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처분 행정소송 개입 의혹 등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촉발시킨 법관 사찰 의혹부터 조사한 뒤 임 전 차장을 귀가 조치하고, 앞으로 수차례 추가 조사를 할 예정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지시로 문건 관련 보고를 했다”는 심의관 등의 진술을 토대로 임 전 차장을 압박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지휘 및 보고라인에 있던 양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 등의 지시나 묵인 없이 일탈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임 전 차장의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의 소환 시점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 임종헌 전 차장 “오해 있는 부분, 적극 해명”

임 전 차장은 검찰 조사를 받기에 앞서 “제기된 의혹 중 오해가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해명하겠다”고 말했다. “어느 부분이 오해라고 보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에서 답하겠다”고만 했다. 검찰 조사 때 임 전 차장은 적극적으로 본인의 의견을 말하면서 혐의 사실 대부분을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차장은 12일까지 검사 및 판사 출신으로 구성된 변호인단과 회의를 하면서 검찰 수사에 대비해 왔다고 한다.

임 전 차장은 법관 사찰 등을 포함한 자신의 행위가 상당 부분 적법한 업무이거나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 측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소송과 관련해 재판 지연과 해외법관 파견을 거래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임 전 차장은 “별개의 사안으로 시기적으로 일치했을 뿐 거래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차장의 PC에서 발견된 전교조 법외노조화 소송과 관련된 재항고이유서에 대해서도 “왜 저장됐는지 기억이 안 난다. 대필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지역 건설업자의 뇌물 공여 사건 재판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임 전 차장은 “주변에서 들리는 정보와 소문들을 재판부에 전해주는 게 법원행정처의 역할”이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전주영 기자
#임종헌#양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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